한국이 거짓말쟁이? 강제징용 일본이 할말은 아닐텐데…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6-04-07 00:03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거짓 자료를 돌리며 일본을 폄하했다!’

산케이 등 일본의 우익 보수 성향 온·오프라인 매체들이 한국을 거짓말쟁이라며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지난해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한국 측이 일본을 흠집 내려고 거짓 자료를 배포했다는 주장인데요. 일본 혐한 네티즌들이 다시 준동하고 있습니다. 7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산케이와 자크자크 등 일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한국의 민간단체는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등재를 저지하기 위해 조선인들이 일제에 의해 강제노동에 시달렸다는 내용으로 된 책자를 유산 선정위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책자에는 깡마른 노동자들 사진을 배경으로 ‘깨어나라! 유네스코, 깨어나라! 세계, 깨어나라! 인류여’라는 영어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책자에는 조선인들이 강제연행으로 노동을 강요당했던 시설 등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산케이는 문제의 사진이 조선인 강제징용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국민징용령(1939년) 보다 훨씬 이전인 1926년 9월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 신문에 게재됐던 것이며, 도로건설 현장에서 학대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다룬 것이었다고 합니다. 또 사진 속 노동자들 또한 조선인이라는 표현이 없었다는군요.

일본 매체들은 ‘한국의 집요함에 경악했다. 거짓된 사진을 반일 선전에 이용한 것은 한국과 중국의 공통된 수업이다. 일본 외무성은 이런 거짓말을 세계에 알리고 일본인은 이런 한국의 거짓 선전에 속지 않아야 한다’는 일본인 교수의 말을 싣기도 했습니다.

혐한 성향 일본 네티즌들은 기사를 돌려보며 한국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라면 이제 화내지 말고 웃어주자!”

“한류 아줌마인 우리 어머니한테 기사를 보여드려야겠네.”

이건 트집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민간단체가 배포한 자료 속 사진 한 장이 잘못 인용된 것일 뿐 일제의 강제징용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변함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강제노동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영문 연설에서 ‘1940년대 몇몇 시설에서 다수의 한국인이(a large number of Koreans) 의지에 반해 끌려 왔으며(brought against their will) 어려운 상황에서 강제로 일을 했다(forced to work under harsh conditions)’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문화유산 등재가 확정되자 강제로 끌려왔다는 표현을 놓고 ‘일을 해야만 했다’에 불과한 표현이었다며 말을 바꿔 국제사회를 경악시키기도 했죠.

일본은 한국 민간단체의 잘못된 실수를 침소봉대해 비판하기 전에 조선인 강제징용 등의 부끄러운 역사는 물론 ‘강제노동’의 표현을 둘러싸고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치졸한 말바꾸기부터 반성하길 바랍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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