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르포⑩]경기 고양갑-손범규 대 심상정,세번째 대결

입력 2016-04-06 15:42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였다. 새누리당 손범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갑을 두고 엄청난 접전을 벌였다. 개표가 시작돼 투표함이 열릴 때마다 두 후보는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했다. 당락은 전국 최소인 170표 차로 갈렸다. 배지를 거머쥔 주인공은 심 후보였다.

이 마저 ‘리턴 매치’였다. 앞선 18대 총선에서는 손 후보가 3876표 차로 심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그리고 이들은 오는 13일 ‘삼세판’의 마지막 결정전을 치른다.

19대 총선과 달리 야권 연대가 불발되면서 고양갑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진다. 손 후보에게 유리한 형국으로 보이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에도 호각지세다. 누가 이기든 박빙의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4년간 절치부심…“이번에는 이긴다”=6일 오전 8시쯤 경기 고양 일산동구 식사교차로. 손 후보는 유세차량 위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출근 인사를 하고 있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고, 시민들과 눈을 마주치면 밝은 표정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고양갑은 도농복합지역이다. 화정동 식사동 등 일부는 아파트촌이지만 관산동 주교동 등에는 미개발지역이 많다. 여권 성향의 고소득층과 젊은 야권 지지자가 혼재된 선거구이기도 하다.

손 후보의 주요 공약은 교통편의성 증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 유권자들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그는 신분당선의 지역구 관통, 광역교통수단 다각화 등을 약속하고 있다. 손 후보는 “이러한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려면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요 지지층은 50, 60대 중장년들이다. 손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택시기사 정모(58)씨는 “손 후보가 지난 선거에서 너무 아슬아슬하게 떨어져 안타까웠다”며 “지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한 정치인이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평판도 굉장히 좋다”고 전했다.

19대 총선에서의 패배 소감을 묻자 그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4년 전의 충격과 아쉬움을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가 없다”며 “이번에는 기필코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단일화는 실패했지만 여당 어부지리는 안 돼”=오전 9시30분쯤 심 후보를 만난 곳은 일산동구 일산은혜교회에서였다. 화정역에서 ‘출근길 유세’를 벌이고 택시기사 직무교육 현장을 방문한 뒤 다시 시민단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심 후보의 복장은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통일’돼 있었다. 노란색 점퍼에 노란색 머플러, 심지어 운동화까지 노란색이었다. 주요 공약을 묻는 질문엔 신분당선 연장 등 손 후보와 대동소이한 공약들을 가장 먼저 열거했다. 아울러 과밀학급문제 해결 등 교육 공약을 설명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는 실패했지만 선거 결과를 비관하진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지 않는 현명한 선택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4년간 ‘일 잘한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며 “유권자들이 또다시 내게 기회를 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심 후보의 강점은 높은 인지도다. 특히 20~40대 젊은층에서 인기가 많다. 화정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여대생 신모(22)씨는 “야권 지지자로서 단일화가 안 돼 안타깝지만 신혼 부부 등 젊은 세대가 많은 지역이라 심 후보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역에 지역위원장인 박준 후보를 공천했다. 박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심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출마를 포기한 전력이 있다. 그는 “비로소 어제(5일) 단일화 논의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CBS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손 후보(35.9%)가 심 후보(35.3%)를 오차범위 내에서 미세하게 앞섰다. 하지만 적극 투표층에선 심 후보(44.6%)가 손 후보(37.7%)를 6.9%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 응답률은 3.7%다. 구체적인 사안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고양=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