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술유출하면 '손해액의 3배' 물어야…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기술유출 처벌 강화된다

입력 2016-04-06 14:41
중소 제조업체 A사는 지난 2010년부터 3년 동안 150억원을 들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그러나 신제품 도면이 대기업에 유출되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시장 타깃으로 삼았던 거래처들은 대기업 제품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A사는 이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알리고 상담을 신청했다. 소송을 하면 좋지만 비용이나 시간적 측면에서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A사 대표는 “소송을 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대기업과 합의하기 위해 불러도 우리와의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우리에겐 내부 도면이 유출된 정황적 근거까지 다 있지만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기술보호 역량이 2014년 기준 45.6점으로 ‘취약’한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해 한층 강화된 범정부 차원의 기술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고, 민사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을 통한 피해구제도 이뤄질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법무부, 중소기업청 등 정부 관계부처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구자열 민간위원장 주재로 ‘제16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를 열고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을 포함한 5개 안건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처벌 강화다. 정부는 기술을 유출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다른 회사의 영업 비밀을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얻을 경우 발생한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게 골자다. 벌금은 기존의 10배로 상향조정된다. 처벌 대상도 확대된다. 그동안은 영업 비밀을 사용했거나 타인에게 누설할 경우에만 형사 처벌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보유 중이거나 삭제요구를 거부하기만 해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상품디자인 모방행위는 기존에 판매금지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적 구제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기술유출 사건의 처리과정에도 속도감이 붙을 예정이다. 정부는 지방법원에서 기술유출 사건을 관할하고 ‘집중심리제’를 도입해 재판 과정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유출된 영업 비밀을 경쟁사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판결이 날 때까지 1년이 소요됐기 때문에 기업들의 어려움이 많았다. 시간·비용적 측면에서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이 소송을 원활히 진행하도록 통합사무국도 운영된다. 예방책 차원에서는 특허 우선 심사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벤처기업, 이노비즈 인증기업만 우선 심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창업 3년 이내 기업을 포함한다. 창업 초기 기업일수록 신속하게 특허를 획득하도록 해 기술 분쟁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직권조사, 해외에 진출한 중소기업 기술유출 침해조사 실시, 소송 보험료 지원 등의 대책이 마련됐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