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위’ 래리 호건(60) 메릴랜드 주지사가 5일(현지시간) ‘태권도의 대부’ 이준구(86) 사범이 보는 앞에서 ‘태권도의 날’을 선포하고, 태권도 격파 시범을 보였다.
호건 주지사는 부인이 한국계인 유미 호건 여사로,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국을 한국으로 정할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아 ‘한국의 사위’로 불린다. 그는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국기원에서 태권도 명예9단을 받았다. 본인은 태권도를 익힌 적이 없지만, 가족과 주변에는 태권도 유단자들이 많다. 그의 아버지 로렌스 호건(88) 전 미 하원의원은 현역시절 이준구 큰 사범에게 배운 뒤 태권도에 심취했고, 그의 딸 제이미는 유소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유단자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태권도 보급과 대중화에 앞장서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주지사배 태권도 대회를 열기로 했다. 미국에서 주정부가 ‘태권도의 날’을 선포하기는 메릴랜드가 처음이다.
호건 주지사는 “태권도가 체력 뿐 아니라 자신감과 절제력을 기르는 교육적 효과가 크다”며 태권도의 날 선포 이유를 설명했다. 메릴랜드 주정부 측은 한국에서 4월5일을 식목일로 지정한데서 착안해 미래의 꿈나무 육성 차원에서 이 날을 태권도의 날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호건 주지사는 아나폴리스 주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직접 도복을 입고 송판을 깨는 시범을 보여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준구 사범은 이날 행사에서 호건 주지사로부터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선 공로로 표창장을 받았다. 이 사범은 1962년 워싱턴DC에 첫 태권도장을 열었고, 1965년부터 2010년까지 45년간 미 연방의원 350명에게 태권도를 가르쳐 미국에서 ‘태권도의 대부’로 통한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두 전직 대통령과 전 프로권투 세계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전설의 무술영화배우 이소룡, 헐리우드 액션스타 척 노리스 등 정치지도자와 유명인사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사범의 문하생 출신 의원들이 지난 2010년 미 의회에서 그의 80세 생일 축하연을 베풀 당시만 해도 1분에 팔굽혀펴기 100회를 할 만큼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날 ‘태권도의 날’ 행사 사회를 맡은 지미 리(60) 메릴랜드 주정부 소수계 장관은 이 사범의 의붓 아들이다.
두 사람은 이날 행사에 앞서 국민일보와 나란히 동반인터뷰를 가졌다. 이 사범이 지미 장관과 부자의 인연을 맺게 된 건 첫 번째 부인과 사별한 뒤 1969년 지미의 어머니와 재혼하면서다. 지미 장관은 어려서 외할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13살 나이에 의붓아버지가 생기면서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지미 장관은 “태권도에 평생 열정을 쏟으면서 나이가 들어도 자기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존경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사범은 “지미가 미국에 온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을 때 자기보다 머리 하나 만큼 키가 더 큰 미국인 친구가 결투를 요청하자 돌려차기 한 방으로 제압한 적이 있었다”며 “6개월 후 우연히 이웃으로부터 이 사실을 듣고 난뒤 자기 자랑을 하지 않고 속이 깊은 아들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미 장관은 존스홉킨스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고,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버지니아 주정부의 상무차관보를 지낸 뒤 지난해 호건 정부가 출범하면서 메릴랜드 주정부에 합류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한국의 사위' 호건 주지사, '태권도 대부' 앞에서 격파 시범
입력 2016-04-06 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