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청할 곳조차도 없던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의 장애자인 제가 K-MOOC을 만나고, 관심분야인 ‘우주와 물리’에 대한 공부를 더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과학 논문 공모전에 참여하거나 여러 아이디어로 헌신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중풍으로 왼쪽 몸을 쓸수 없는 박해봉(64)씨는 뇌졸중 후유증, 녹내장까지 앓고 있다. 그의 가슴을 뛰게 했던 건 부산 영도 고향집에서 보이는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었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동생이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를 소개했다. K-MOOC로 박씨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국내 유수 대학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연세대 손영종 교수의 ‘우주의 이해’등 우주에 관한 강의들이 박씨의 ‘희망’이 됐다. 그는 이런 소감을 ‘새 봄에’라는 제목의 수기에 담아 K-MOOC 학습자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박씨처럼 몸이 불편하거나, 해외 근무로 물리적 한계가 있던 사람들, 전공과 다른 직무를 하느라 어려움을 겪은 신입사원 등 6만6000여명이 K-MOOC를 통해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해 서울대 등 10개 대학이 참여한 K-MOOC 총 27개 강좌 시범운영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14일 국내 시범운영을 시작한 K-MOOC는 올해 2월 29일까지 방문 69만 건, 수강신청자 수 6만6000명으로 강좌 당 평균 수강생 2400명을 기록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강좌는 7630명이 신청한 서울대학교 이준구 교수의 ‘경제학 들어가기’였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입소문을 탄 인공지능(AI) 관련 과목 강의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기응, 오혜연 교수의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은 4번째로 많은 수강생이 몰렸다.
강좌에 대한 수강생의 만족도는 평균 4.10점(5점 척도)으로 비교적 고르게 높았다. 만족도가 가장 높은 강좌는 이화여대 김찬주 교수의 ‘현대물리학과 인간사고의 변혁’(4.29점)이었다.
수강생의 66.8%는 순수한 지적 호기심 및 취미를 위해 수강했다고 답했다. 16%는 전공 관련 기초·심화학습 위해, 9%는 직무 향상 위해 K-MOOC에서 공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데 강좌가 도움이 됐다는 답변은 72.8%에 달했다. 주당 학습 시간이 2시간 미만인 경우가 70.5%를 차지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강좌 중 23개를 지난달부터 계속 운영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가톨릭대학교 박승찬 교수의 ‘서양철학의 전통’, 연세대 전 총장인 정갑영 교수의 ‘경제학 첫걸음 PART1: 미시경제학’ 등 총 10여개 과목을 새로 공개할 예정이다.
10개 내외 대학을 선정하는 올해 사업에는 41개 학교가 신청서를 냈다. 교육부는 평가를 거쳐 이달 말까지 선정을 마무리하고 9월에는 기존 대학과 추가된 대학 등 총 20곳에서 60여개 강좌를 서비스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K-MOOC 이수 결과를 대학 학점이나 재직자 교육훈련 시간으로 인정하거나, 기업 취업 과정과 연계하는 등 이수결과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개설강좌 수를 100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13주차 이상의 강좌는 6주차 내외로 분절하거나, 1회 강의분량을 가급적 짧게 구성해 학습자 편의를 높일 계획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장애인, 해외근로자, 신입사원 등 6만6000명 한국형 무크(K-MOOC)로 지적 갈증 풀었다
입력 2016-04-06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