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음주운항 꼼짝마!”…VTS·경비함정 공조로 단속 강화

입력 2016-04-06 11:39
선박 항적. 노란색은 정상항로이고 빨간색은 음주운항한 선박의 항적으로 지그재그로 가거나 항로를 이탈해 섬으로 다가서는 등 불안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국민안전처 제공

음주운전으로 단속되는 차량 운전자들이 적지 않지만 해상에서도 술에 취해 선박을 모는 선장이나 항해사들이 종종 적발된다.

지난 3월 15일 0시5분쯤 경남 통영시 한산면 비진도 동방 5㎞ 해상. 전남 여수로 향하던 석유제품 운반선 H호(500t급)가 지그재그로 운항하거나 섬 쪽으로 접근하다가 멀어지는 등 이상한 항로로 보이고 있었다. 항적을 지켜보던 통영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직원은 H호의 키를 잡은 선장이나 항해사가 술에 취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곧바로 통영해경에 상황실에 알렸다. 경비함정이 현장으로 출동해 확인해 보니 키를 잡고 있던 항해사가 혈중알코올농도가 0.09%일 정도 술에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다.

H호에는 벙커C유 200㎘가 실려 있었다. 해경이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자칫 섬이나 암초에 부딪쳐 인명피해는 물론 벙커C유 유출로 인한 환경재앙이 발생할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10월 19일 오후 5시30분쯤 진도연안VTS 직원은 전남 진도 서방 24㎞ 해상에서 팽목항을 떠나 홍도항으로 항해하던 화물선 S호 항해사와 교신하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항해사가 횡설수설하고 발음이 꼬이는 등 술에 많이 취한 듯 보였다. 이 직원은 목포해경 경비함정에 이 사실을 알렸고 경비함이 출동해 선박을 세워 확인한 결과 항해사는 혈중알콜농도가 0.15%로 만취 상태였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안전처 출범 이후 1년 4개월 동안 VTS와 경비함정 간 정보공유를 통해 14건의 음주운항 선박을 단속했다고 6일 밝혔다.

안전처는 2014년 11월 19일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부산 등 전국 18개 VTS의 소속이 해양수산부 등에서 해경본부로 일원화된 후 경비함정 간 정보공유를 강화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해경의 음주선박 단속은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지만 항해 선박의 음주 단속은 사실상 어려웠다. 선박 관제 중 음주 운항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고 해상은 접근하기도 어려운데다 VTS가 해경이 편입되기 전에는 정보 공유도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주운항 적발 인원은 2011년 81명, 2012년 99명, 2013년 102명, 2014년 78명, 지난해 131명이었다. 주로 어선 선원으로 입항이나 하선 단계에서 적발된 게 된 게 대부분이다.

류춘열 안전처 해양경비국장은 “해양수산부와 해경으로 나눠져 있던 전국의 VTS의 소속이 해경본부로 일원화된 후 경비함정과의 정보공유가 강화돼 항해 선박에 대한 음주단속이 용이해졌다”고 말했다.

해상에서 음주운항 처벌은 육상 음주운전보다 엄하다. 육상에서는 혈중알콜 농도가 0.05%이상이면 처벌되지만 해상에서는 0.03%이상이면 처벌을 받는다. 5t 이상의 선박을 음주상태로 운항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적발 횟수에 따라 해기사와 도선사 면허가 취소되거나 3개월에서 1년까지 면허정지될 수 있다. 5t 미만 소형 선박은 0.03% 이상일 경우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