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령씨 "골프채 잘못 휘둘러 근혜 언니 다치게 해"

입력 2016-04-06 00:10 수정 2016-04-06 09:23
강민석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이자 전 육영재단 이사장인 박근령(62·사진)씨가 오는 13일 치러지는 제20대 총선에 공화당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 비례대표 의석은 정당지지율이 3% 이상이거나 지역구 의석을 5석 이상 확보해야 받을 수 있다. 공화당은 정당별 투표기호로 11번을 배정받았다.

5일 서울 송파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박근령씨는 “작은 목소리나마 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동방무례지국’이란 말로 운을 뗐다. 이어 무너지는 우리나라의 인성교육을 바로 세우고 민생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다음은 박 전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출마 소감을 먼저 말해 달라.

“‘사람이 빵으로만 살 수 없다’는 성경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짜 주인이 되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조금이나마 역할을 하고 싶다. 바로 그런 세상이 ‘하나님의 공의’ 정의로운 세상 아닌가.”

-공화당은 어떤 당인가.

“공화당은 2014년 5월 창당했다. 아버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혁명 정신과 정치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안전사고 대비 캠페인, 사형제도 부활 등을 외쳤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엔 재난구호팀을 이끌고 자원봉사활동도 펼쳤다. 공화당은 이번 총선에서 성매매합법화, 종북 좌익인사 북한강제이주 등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이 났다.

“공화당의 성매매합법화 주장을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설명을 하자면 성매매가 많은 집창촌에는 인신매매가 많고 필시 폭력배들이 관여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이 유린되기 십상이다. 돈도 못 벌고 몸만 버리는 여성들이 많다. 이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성매매합법화가 필요한 것이다.”

-국회의원 출마가 처음이 아닌 것 같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어머니(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보은·영동 지역구에 출마했다 선거를 이틀 앞두고 사퇴했다.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현재 유일하게 지역구 후보를 낸 경남 창원 의창 지원 유세에 한창이다. 창원은 아버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계획도시다. 창원에서 이번에 공화당 국회의원이 나왔으면 한다.”

-비례대표인데 당선가능성은 있는가.

“최선을 다하겠다. 하지만 반드시 당선돼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한 사람이 알아주더라도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정치색 짙은 집안에서 자라다보니 정치에 자연스레 관심이 많고 할 말도 많다.”

-정치권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여·야가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가안보와 민생을 위한 일에는 부디 한마음이 되었으면 한다. 안타깝다. 여당 식구끼리 싸우는 것도 안타깝고…. 옛날 ‘노론소론’하면서 당파싸움하던 일이 현재 정치권에도 일어나고 있다. ‘진박’ ‘친박’ ‘가박’ 박근혜 대통령을 이용만 한다는 ‘용박’ 등. 무슨 계파도 아니고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부끄럽다.”

-새누리당 표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나도 그 얘기를 들었다(잠깐 침묵). 하지만 국민이면 누구나 피선거권이 있다. 좀더 일찍 정치에 관심을 가졌어야했다. 언니 대통령이 많이 고생하시는데 동생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돼보자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는.

“언니 대통령은 공과 사가 분명한 분이다. 그래서 청와대를 찾지 않았다. 온갖 청탁이 많이 들어오지만 안 된다고 정중히 말씀드린다. 언니와 나는 TV만 봐도 고충과 어려움을 알고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사이다. 언니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보도는 왜곡된 것이다. 어머니 기일에도 함께 했고. 제 생일 때면 난도 보내주신다.”




-박 대통령이 재임 중 잘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큰 일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핵을 만들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북한을 견제하고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더욱 벗어나게 했다. 또 ‘강력한 통일정책 추진’ ‘친북세력인 통진당 해체’ ‘기초노령연금 도입’ 등이 언니가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동생이 보는 언니 박근혜는.

“어릴 때 일인데 언니가 KBS ‘TV문학관’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언뜻 보면 차가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언니는 항상 동생에게 양보했다. 유순한 분이다. 한번은 내가 골프채를 잘못 휘두르다 옆에 있는 언니의 얼굴을 다치게 한 적이 있다. 큰일 날 뻔했다. 언니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언니는 한동안 얼굴 마사지용 달걀을 들고 다녀야했지만 화를 내지 않았다. 그게 우리 언니다(웃음).”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교육은.

“어머니가 우리 3남매에게 붓글씨로 휘호를 써서주신 기억이 난다. 언니에게는 ‘관용지덕’, 제겐 ‘중용지덕’, 동생 지만에게는 ‘인내지덕’이라는 글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글귀가 각자의 성격과 딱 들어맞게 주신 것 같다. 규칙적이고 성실한 언니는 좀더 ‘관용’을, 친구 좋아하고 감정이 풍부한 저는 ‘중용’을, 곧잘 친구랑 어울려 다니는 지만에겐 ‘인내’하라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



-교회에 다니는 것으로 안다.

“여러 종교를 섭렵했다. 하지만 기쁨이 없었다. 특히 버팀목이었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외로움이 커져갔다. 3년 전부터 집 근처 교회에 출석하며 세례와 집사 직분을 받고 마음의 평안을 되찾고 있다.”

-성경도 읽는가.

“물론이다. 성경을 읽으며 예수님이 인류에게 전한 메시지를 되새긴다.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는 신앙은 우상숭배일 것이다. 우리사회 전반에 ‘노블레스 오블리주’(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를 실천해야한다.”

-별명이 ‘박 검사’라던데.

“육영재단 이사장 재임 시절에 부하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했지만 일처리에서만큼은 꼼꼼하게 처리했다. 그래서 주위에서 붙여준 별명이다. 만약 이번에 국회의원이 된다면 제 별명처럼 나라 살림과 국회 일정 등을 꼼꼼하게 챙기겠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