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마타하리'로 주목받는 무대 디자이너 오필영

입력 2016-04-05 17:37
뮤지컬 '마타하리'의 무대 디자이너 오필영. 윤성호 기자

올봄 화제의 뮤지컬 ‘마타하리’(3월 29일~6월 12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하지만 관객 누구나 예외 없이 인정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해외 오리지널 프로덕션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압도적인 무대다. 자동화기기 29대를 동원한 무대는 50여회 빠르게 전환되며 드라마의 배경을 만들어낸다.

‘마타하리’의 무대 디자이너 오필영(35)을 5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만났다. 그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무대를 디자인 했는데, 무대만 주목받는 것 같아 오히려 걱정스럽다”면서 “무대가 좋았다면 내가 구상한 것들을 모두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제작사와 스태프들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해외 제작소에서 불가능하다고 했던 무대세트를 1mm의 오차도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정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던 무희 마타하리의 인생을 길로 비유해 무대를 디자인했다. 삶의 무대인 파리 물랑루즈 클럽과 죽음의 무대인 사형장이란 두 축 사이에서 마타하리의 기억이 길을 따라가듯 펼쳐진다. 워낙 기계 장치가 많아 제작진은 경기도 광주의 물류창고를 빌려 한 달 이상 리허설을 했다. 실제 극장 무대에서도 개막을 앞두고 보름 가까이 연습을 하며 보완을 거듭했다.

그는 “무대장치에 들어간 정확한 금액을 밝히기 어렵지만 역대 최고 제작비가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 진출까지 생각한데다 적어도 30년은 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이 창작 초연인만큼 공연을 거듭할수록 작품 전체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원래 배우를 꿈꿨다. 하지만 몸이 건장하다는 이유로 대학 입학후 무대 제작 스태프를 맡으면서 점차 무대 디자인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 미술 학원을 다닌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그에게 무대 디자인은 며칠 밤을 세워도 재밌는 작업이었다. 결국 대학 시절부터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뒤 미국 뉴욕대 유학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현재 그는 국내 공연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대 디자이너가 됐다.

2009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해를 품은 달’ ‘드림걸즈’ ‘드라큘라’ 싱잉 인 더 레인’ ‘요셉 어메이징’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굵직굵직한 대형 뮤지컬의 무대가 그의 손에서 나왔다. 하나같이 개성적인 무대라 한 사람의 작품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기본적으로 군더더기가 없는 스타일을 선호하지만 뮤지컬은 장르의 특성상 무대가 이야기 전달을 도와줘야 한다”면서 “작품마다 가장 효과적인 무대를 만들기 위해 우선 대본을 깊이 파고드는 편이다. 특히 대본이 품고 있는 메시지와 정서적인 부분에서 무대의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무대 디자이너만이 아니라 연출가 등 다른 작업에도 나서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사실 해외에서는 무대 디자이너를 겸한 연출가가 적지 않은데다 그 역시 그동안 공연 제작과 관련해 여러 파트를 경험한 바 있다. 심지어 그는 틈틈이 대본을 쓰기도 한다. 분야를 한정짓지 않고 ‘창작자’로서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무대 디자이너로서 그를 찾는 곳이 너무 많다. 올해도 ‘마타하리’ 이후 국립오페라단의 비발디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5월 18일~21일 LG아트센터), 오디컴퍼니의 뮤지컬 ‘스위니 토드’(6월 21일~10월 3일 샤롯데씨어터)의 무대 디자인에도 참여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