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서 테러, 사실 보도하라’ 해놓고 6번 말바꾼 경찰

입력 2016-04-06 00:07
4일 오전 사건이 발생한 사이버범죄수사팀 앞. 뉴시스

4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경찰관이 테러를 당했다. 많은 언론이 테러와 수사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공권력에 대한 위협인 동시에 경찰서를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피해자로 만들 수 있는 주요 사건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이날 보도된 기사 대부분은 오보가 됐다.

경찰은 이날 정오쯤 전모(38·여)씨가 경찰관에게 뿌린 액체가 염산으로 감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5시간 만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황산 96%의 액체’라고 최종 감정했다고 말을 뒤집었다. 공격 무기가 염산에서 황산으로 바뀐 것이다. 관악서 형사과장은 “국과수로부터 오후 2시쯤 오류가 나올 수 있는 1차분석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과수 측은 “감정 오류 가능성에 대해 경찰 측에 전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뒤늦게 형사과장은 자신의 생각을 얘기한 것이었다며 해명했다.

전씨는 당초 흉기를 가지고 경찰서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48분 전씨가 흉기 없이 경찰서를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30분여분 뒤 다시 “전씨가 과도 1개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황산을 뒤집어 쓴 박모(44) 경사가 전씨 사건을 담당했는지에 대해서도 혼란은 계속됐다. 경찰은 박 경사가 전씨의 사건을 담당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이날 오후 12시7분쯤 2013년 전씨가 고소한 사건의 담당자였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오후 5시56분 치료를 받은 박 경사가 “전씨 사건을 취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4일 하루 동안 사건의 정황과 배경을 설명하는 중요한 팩트를 무려 6차례나 번복했다. 관악서 형사과장은 기자단에 5차례 “사실과 어긋난 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작 오보를 양산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책임은 6차례나 말을 바꾼 경찰이 질 수밖에 없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