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아이들로 구성되는 '카라소년소녀합창단' 오디션 현장

입력 2016-04-05 16:14 수정 2016-04-05 16:15
“한국에 온 지 10년 됐고요. 처음에는 학교에서 ‘왕따’도 당했는데 지금은 친구가 많아졌어요. 합창단에서 노래하면서 친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최안나 양)

지난 2일 경기도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다문화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로 구성되는 ‘카라소년소녀합창단’의 단원을 뽑는 오디션이 열렸다. 3차 중 1차로 진행된 오디션에는 40여명이 참석했다. 30여명은 일반 아이들, 10여명은 고려인 후손인 다문화 아이들이었다.

최안나(13) 양도 고려인 후손 중 한 사람이다. 안산 화랑초 6학년에 재학 중인 안나 양은 한국에 온 지 오래된 터라 한국말을 잘했다. 안나 양은 “합창단원으로 노래 부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렌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짧은 러시아 노래 한 곡을 수줍게 불렀다.

안산 선일중 2학년 알리샤(16) 양은 카자흐스탄에서 작년 9월에 한국에 왔다. 알리샤 양은 “노래를 잘하고 싶어 오디션에 참가했다”며 ‘사랑’이라는 러시아 노래를 불렀다. 알리샤 양은 한국말을 전혀 못하고 러시아어만 할 수 있었지만 안나 양이 통역을 했다.

일반 아이들의 오디션도 이어졌다. 안산해양중 3학년 지수환(16) 군은 “초등학교 때 합창단원 활동을 했다”며 “노래하는 것도 좋고 이곳에서 다문화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날 심사는 카라소년소녀합창단 창단을 주도하고 있는 ㈔돕는사람들 안산지회의 대표 정덕훈(안산영광교회) 목사와 구로청소년문화의 집 어린이 합창단 강사이자 카라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 정수진 씨 등이 맡았다. 정 대표는 “음악 실력도 중요하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과 합창단원으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아이들에게 높은 점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라소년소녀합창단은 다문화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이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우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다. 순수함, 깨끗함의 꽃말처럼 순수한 아이들이 모여 하모니를 만든다는 의미로 합창단 이름 앞에 ‘카라’를 붙였다.

합창단은 오는 9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본격 연습에 들어간다. 취지에 맞게 문화의 벽을 허물기 위한 다양한 놀이, 체험 및 봉사활동을 한다. 또 발성, 화성, 악보 보기 등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한다. 오는 9월 창단식을 하면서 기념 연주회를 한다. 합창단은 앞으로 매년 2회씩 국내 정기연주회를 하고 필리핀, 미국 뉴욕 등에서 초청음악회도 열 계획이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다문화사회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다문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여전하다”며 “카라소년소녀합창단은 이런 잘못된 인식들을 없애고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