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회식자리에서 1차 끝나고, 2차에 가서 술을 마시는데, 이 직원이 술을 그렇게 마신 것도 아닌데, 앞에 있는 직원한테 “오늘은 속옷 뭐 입었어?” “무슨 색이야?” “지금 봐봐” 이러면서 만지고···”
사례 #2 “면접을 겸한 술자리에서 (…) 취해서 정신 못 차려도 제가 그런 일을 당하게 될 거라는건, 아무리 취했어도 인지 못했죠. (…) 술이 섞이면서 취했고, 몸을 가누기가 힘든 상태가 됐고, 옷을 벗어보라는 요구가 있었고. (…) 후배가 노래방을 가자는 상무의 말에 거절을 못하고 노래방을 갔는데, 거기에서 상무가 후배한테 뽀뽀를 하라고 요구하고 막 뽀뽀를 했대요.” (여성가족부 ‘2015 성희롱 실태조사’ 면접조사 결과)
여성에 대한 성희롱은 회식자리에서, 남성에 대한 성희롱는 직장 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4~12월 전국 공공기관 1600곳과 민간기업 6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해 국가승인통계 차원의 성희롱 실태조사를 실시한 것은 처음이다. 응답자는 공공기관 1477명, 민간기업 6367명 등 모두 7844명이었다.
현 직장에 다니는 동안 한 차례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4%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성은 10명 중 1명에 가까운 9.6%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남성은 1.8%가 성희롱을 겪었다고 했다. 관리직(4.6%)에 비해 일반직원(6.9%)이, 정규직(6.2%)에 비해 비정규직(8.4%)이 성희롱 피해 경험이 더 많았다.
성희롱 내용으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3.9%)가 가장 많았고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3.0%),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2.5%) 순이었다.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500명에게 성희롱 행위자의 직급과 성별을 물은 결과 ‘상급자’가 39.8%였고 ‘하급자’도 32.6%나 됐다. 행위자 성별은 88.0%가 남성이었다.
성희롱 발생 장소로는 ‘회식장소’가 44.2%, ‘직장 내’가 42.9%였다. 여성은 46.7%가 회식장소를 가장 많이 지목한 반면 남성은 직장 내(50.3%)를 가장 많이 골랐다.
피해 경험자의 78.4%는 성희롱 피해에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8.7%)가 가장 많았다. 특히 남성은 72.1%가 이런 태도를 보였다.
성희롱 피해에 대처한 응답자 69명에게 처리결과에 대한 만족 여부를 물었을 때는 54.4%가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특히 여성은 56.2%가 불만족스러웠다고 응답했다. 불만족 이유로는 ‘행위자에게 적절한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51.0%)이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공공기관이 민간 부문보다 성희롱 예방교육 및 전담부서 등이 제도적으로 잘 갖춰져 있고, 민간은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성희롱 방지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가부는 “직장 내 성희롱이 대체로 20~30대·비정규직·여성을 대상으로 40대 이상·남성·상급자에 의해 발생한다는 통념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면서 “성희롱 예방교육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다양한 교육 콘텐츠와 전문강사 풀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직장내 성희롱 주로 회식자리에서 발생... 78.4%는 "참고 넘어갔다"
입력 2016-04-05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