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멕시코 FTA 협상 8년만에 재개 물꼬 텄다

입력 2016-04-05 05:50

멕시코를 공식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올해 내에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07년 시작됐다 1년 만에 중단된 한·멕시코 FTA 협상은 8년 만에 재개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를 “FTA 협상 재개 선언의 전 단계”라고 설명했다.

올해 4분기 중 가동될 양국 간 실무협의체는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시 멕시코 정부의 지지 확보를 포함한 다양한 협력방안도 논의하게 된다.

양국은 2007년 1차 FTA 협상을 개시했지만 멕시코 자동차·철강 업계의 반대 등 양국 간 시장 접근에 대한 입장 차이로 협상은 2008년 이후 중단돼왔다. 그러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을 만나 FTA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물꼬를 텄다.

중남미 최대 교역국이자 무역흑자국인 멕시코와의 FTA가 체결되면 자동차·철강·전자 등 주력 수출품에 대한 고관세 철폐 등이 가능해진다. 또 FTA 협상 재개는 우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는 TPP 가입 12개국 중 일본,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인 만큼 FTA 협상이 진전되면 우리나라의 TPP 가입을 측면 지원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는 상황이다. 안 수석은 “양국 간 실무협의는 FTA 재개를 위한 협의와 우리 정부가 TPP에 가입할 경우 멕시코가 우리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멕시코 양국은 박 대통령과 니에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교통인프라·수자원 협력 분야 양해각서(MOU)를 포함한 34건의 MOU를 체결했다. 청와대는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만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사업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또 양국 간 전자상거래 규모를 현 1억4000만 달러에서 2018년 3억 달러로 확대키로 하고, 비관세장벽 완화를 위한 상호인증도 추진키로 했다.

다만 모든 절차가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멕시코는 여전히 ‘선 TPP 발효, 후 FTA 협상’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런 입장을 고수한다면 바로 협상 재개로 이뤄지긴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2010년, 2012년에도 협상 재개 노력이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멕시코시티=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