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달 비극, 20세 장애아들과 함께 세상끝낸 경찰관 아버지가 남긴 한마디

입력 2016-04-04 22:28
4월 장애인의 달에 우리는 또 한 장애인 가족을 잃었다.

부산에서 40대 경찰관이 장애가 있는 20대 아들과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4일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5분쯤 부산 이 경찰서 소속 A경위(49)의 집에서 A경위와 아들(20)이 숨져 있는 것을 A경위의 매제(37)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자는 경찰에서 “집으로 와 달라는 출입문 비밀번호 등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고 찾아가보니 두 사람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발견 당시 A경위는 욕실 가스배관에 목을 맨 상태였고,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A씨의 아들은 거실 바닥에 누운 채 숨져 있었다.

A씨의 아들에게는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됐고, A씨의 유서를 남겼다.

A씨는 유서에서 “혼자 장애아들을 키우는 것이 너무 어렵다”며 “지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A경위가 10년 전 이혼하고 혼자 자폐성향이 있는 장애아들을 키우며 힘들어 했다는 유족 등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활동보조인이 성인 장애인을 돌보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한부모 가정에서 자폐성향의 아들을 돌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성인장애인을 위한 각종 서비스가 경증 위주로 되어 있어 중증 성인 장애인은 갈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성인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학교졸업 이후 갈 곳이 없는 장애인들이 집에만 있을 경우 폐인으로 전락되고, 망상증상에 빠지는 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모든 것을 부모에게만 책임을 지게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서울 제기동에 추진되고 있는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도 주민들의 반대로 고교 졸업이후 2년이내에 있는 전공과 학생들만 받도록 하고 있어, 학교를 졸업한지 2년 이상된 발달장애인을 둔 장애인 가정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계속 울리고 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