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효주(29)가 영화 ‘해어화’에 처음 노역(老役)에 도전했다. 여배우에게 할머니 분장은 나름 부담이 됐을 법하다.
4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해어화 기자간담회에서 한효주는 “(분장을 앞두고) 사실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본인이 흉하게 나올까봐 걱정한 건 아니었다. 그는 “제가 분장을 하고 나온 것 때문에 영화가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있었다”며 “그래서 아주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해어화'(감독 박흥식)는 1943년 비운의 시대에 가수를 꿈꾼 마지막 기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중 한효주는 전통 성악의 한 갈래인 정가(正歌)의 명인이자 최고의 예인 소율을 연기했다. 액자식 구성상 노인이 된 현재 모습까지 나와야 했다. 전 연령대 연기를 한효주가 모두 소화했다.
한효주는 “(박흥식)감독님은 처음부터 굉장히 확고하셨다”며 “제가 끝까지 분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셨다”고 전했다. 많은 대화도 나눴단다. 하지만 박 감독의 설명에 결국 설득이 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박 감독은 왜 그렇게 한효주의 할머니 분장을 고집한 걸까. 노역 배우를 써도 됐을 일인데 말이다. 그는 “단 한 번도 다른 배우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 감독은 “한효주가 차곡차곡 쌓은 감정을 다른 배우에게 넘겨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한효주 얼굴로 그 대사를 해야 느낌이 생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 부분이 영화의 소실점이기에 더욱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인 분장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과유불급이다. 처음에는 자연스럽지 않아서 한효주 어머니 사진을 참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해어화에서 한효주의 단짝으로는 천우희(연희 역)가 등장한다. 유연석은 한효주의 상대역이자 당대 최고 작곡가 윤우 역을 맡았다. 오는 13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해어화’ 한효주는 왜 굳이 할머니 분장을 해야 했나
입력 2016-04-04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