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 한효주는 왜 굳이 할머니 분장을 해야 했나

입력 2016-04-04 20:22
쿠키뉴스DB

배우 한효주(29)가 영화 ‘해어화’에 처음 노역(老役)에 도전했다. 여배우에게 할머니 분장은 나름 부담이 됐을 법하다.

4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해어화 기자간담회에서 한효주는 “(분장을 앞두고) 사실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본인이 흉하게 나올까봐 걱정한 건 아니었다. 그는 “제가 분장을 하고 나온 것 때문에 영화가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있었다”며 “그래서 아주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해어화'(감독 박흥식)는 1943년 비운의 시대에 가수를 꿈꾼 마지막 기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중 한효주는 전통 성악의 한 갈래인 정가(正歌)의 명인이자 최고의 예인 소율을 연기했다. 액자식 구성상 노인이 된 현재 모습까지 나와야 했다. 전 연령대 연기를 한효주가 모두 소화했다.

한효주는 “(박흥식)감독님은 처음부터 굉장히 확고하셨다”며 “제가 끝까지 분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셨다”고 전했다. 많은 대화도 나눴단다. 하지만 박 감독의 설명에 결국 설득이 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박 감독은 왜 그렇게 한효주의 할머니 분장을 고집한 걸까. 노역 배우를 써도 됐을 일인데 말이다. 그는 “단 한 번도 다른 배우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 감독은 “한효주가 차곡차곡 쌓은 감정을 다른 배우에게 넘겨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한효주 얼굴로 그 대사를 해야 느낌이 생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 부분이 영화의 소실점이기에 더욱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인 분장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과유불급이다. 처음에는 자연스럽지 않아서 한효주 어머니 사진을 참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해어화에서 한효주의 단짝으로는 천우희(연희 역)가 등장한다. 유연석은 한효주의 상대역이자 당대 최고 작곡가 윤우 역을 맡았다. 오는 13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