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들 얼굴에 염산테러… 사진으로 재구성한 현장

입력 2016-04-04 16:12 수정 2016-04-04 16:15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 3층 사이버범죄수사팀 앞 복도. 뉴시스

관악경찰서에서 사이버수사팀 경찰관 4명에 염산테러를 한 30대 여성 용의자가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서에서 경찰관들이 '염산 테러'를 당했습니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폴리스라인 넘어로 투명한 액체가 보입니다. 4일 (월요일) 오전 8시 43분쯤 서울 관악경찰서 3층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 사건으로 사이버수사팀 경찰관 4명이 얼굴과 팔, 손 등을 크게 다쳤습니다. 한 명은 얼굴과 목 부분에 3도 화상을 입었고요.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 3층 사이버범죄수사팀 앞 복도에 전모씨가 관악서 소속 박모 경사 등 4명에게 뿌린 염산으로 추정되는 액체가 흩어져있다. 뉴시스

누가 어떤 앙심을 품었길래 경찰관들에게 염산을 뿌렸을까요? 염산은 각종 범죄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피해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죠. 염산은 무색 투명한 액체로 부식성이 강해 유해화학물질로 지정돼 관리 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이버수사팀을 자주 찾는 38세 여성인 전모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에게 염산을 뿌린 혐의(특수공무방해치상)로 말이죠. 전씨는 염산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했다고 합니다.

사건 경위는 이렇습니다. 
전씨는 이날 박 모 경사와 전화통화를 한 뒤 사이버수사팀 사무실을 찾아와 다짜고짜 욕설과 함께 책상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렸는데요. 숨겨온 과도를 꺼내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동료들이 빼앗았지만, 보온병에 담긴 염산까지는 막지 못했습니다. 
사진은 4일 오전 사건이 발생한 사이버범죄수사팀 앞. 뉴시스

전씨는 박 경사의 얼굴과 목에 염산을 뿌렸고 이 과정에서 다른 동료의 얼굴과 손에도 염산이 튀었습니다. 박 경사는 염산을 얼굴에 맞은 직후 화장실로 달려가 세척한 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동료 경찰관 3명도 얼굴, 손등 등의 부위에 화상을 입고요.

전씨는 2013년 헤어진 남자친구가 자신을 스토킹 한다며 고소장을 냈지만 각하처분을 받았다고 합니다. 전씨는 이 사건의 담당이었던 박 경사에게 상담을 받아 각하된데 대해 불만이 없었지만 자신이 연루된 다른 사건에 대해 박 경사가 전화를 받지 않자 불만이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관악경찰서에서 사이버수사팀 김차복 경위가 '30대 여성 민원인 염산테러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2월 전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 건물의 유리창을 깨뜨린 혐의(재물손괴)로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있었다네요. 전씨는 재물손괴 사건 담당도 아닌 박 경사에게 일주일에 1~ 2차례씩 연락을 했다네요. 평소 자신의 말을 들어주던 경찰관에게 염산을 뿌린 전씨는 정신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