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이 뿔났습니다. 최근 자신들이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몰래 비판한 수상작 두 편이 뒤늦게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자유경제원은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웃자고’ 시작된 일이 ‘죽자고’ 커져버린 느낌입니다. 4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자유경제원은 이날 행사 취지에 반하는 글을 응모한 일부 수상작의 입상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승만 탄생 141주년에 맞춰 기획된 공모전은 지난달 1일 작품을 응모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자유경제원은 지난 24일 33편의 수상작을 최종 발표했는데요.
문제가 된 작품은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To the Promised Land’와 입선작인 ‘우남찬가’ 등입니다. 해당 작품들의 첫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이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내용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영어로 된 시 To the Promised Land를 보실까요?
언뜻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내용입니다. 시는 외고 출신 이모씨가 작성한 것으로 돼있습니다.
-To the Promised Land-
Now you rest your burden
International leader, Seung Man Rhee
Greatness, you strived for;
A democratic state was your legacy
Grounded in your thoughts.
And yet, your name was tainted
Right voice was censored
Against all reason
However, your name lives on
And your people are flourish
With and under ideals you founded
And so dearly defended
Indebted, we are,
In peace, you are.
제가 영시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잘 쓴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각 행의 첫 글자만 모으면 “NIGA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읽힙니다.
우남찬가도 이와 비슷합니다.
-우 남 찬 가-
한 송이 푸른 꽃이 기지개를 펴고
반대편 윗동네로 꽃가루를 날리네
도중에 부는 바람은 남쪽에서 왔건만
분란하게 회오리쳐 하늘길을 어지럽혀
열사의 유산, 겨레의 의지를 모욕하는구나
친족의 안녕은 작은 즐거움이요
일국의 영화는 큰 즐거움이니
인간된 도리가 무엇이겠느냐
사사로운 꾀로는 내 배를 불리지만
고매한 지략은 국민을 배불린다.
용문에 오른 그분은 가슴에 오로지
민족번영만을 품고 계셨으리라
족함을 모르는 그의 열정은
반대편 윗동네도 모르는 바 아니리
역사가 가슴치며 통곡을 하는구나
자유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고
한 줌 용기의 불꽃을 흩뿌려
강산 사방의 애국심을 타오르게 했던
다부진 음성과 부드러운 눈빛의 지도자
리승만 대통령 우리의 국부여
폭력배 공산당의 붉은 마수를
파란 기백으로 막아낸 당신
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버려진 이땅의 마지막 희망으로
린민군의 압제에 당당히 맞서니
도리어 두만강까지 밀고 들어가
망국의 판세를 뒤엎고 솟아올라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으셨다.
망국과 침탈의 원통함이여
명운이 어지러워 한치앞을 모르던
정세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고
부군 황제의 묘앞에서 맹세하길
건실하고 찬란한 한민족의 나라
국민이 자부심을 갖는 민주국가를 세우리라.
보아라, 새싹들아. 그의 발자취를
도와라, 청년들아. 그 가치의 보존을
연습하라, 장년들아. 그 걸림없던 추진을
맹위롭게 솟구친 대한민국의 역사는
학자이자 독립열사였던 이승만 선생의 역사이니
살아라, 그대여. 이 자랑스런 나라에.
어떻습니까? 첫 글자를 따로 모으면 ‘친일인사고용민족반역자/한강다리 폭파/국민버린도망자/망명정부건국/보도연맹학살’ 등입니다.
우남찬가를 작성했다는 한 네티즌은 전날 “공모전 소식에 ‘세로드립’ 시를 썼는데 인터넷 반응이 좋아 작품을 냈고 정말 당선이 돼 놀랐다”는 내용의 인증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세로드립’은 인터넷에서 종종 회자돼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이름 있는 공모전에서도 등장하다니 놀랍습니다.
자유경제원은 문제의 작품을 쓴 사람들이 행사의 취지를 망치고 자유경제원은 물론 다른 응모자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는 입장입니다. 자유경제원 한 관계자는 “문제의 작품을 응모한 사람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면서 “어떤 혐의로 고소할지 검토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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