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설립자는 언더우드?... 연세대 초기 역사 다룬 책 나와

입력 2016-04-04 15:01

“언더우드가 1885년에 설립한 제중원이 오늘날의 연세대가 되었다.”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연세대의 역사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만 맞는 얘기다.

최근 출간된 ‘연세대학교는 어떻게 탄생했는가’(공존)는 연세대의 초기 역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박형우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로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선교본부 문헌실에 보관돼 있는 조선 선교사 파송 관련 자료들을 이용해 연희전문학교와 세브란스 의과전문학교가 합쳐져 1957년 연세대가 탄생하는 과정을 밝혔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언더우드는 1915년 연희전문학교의 설립자이고,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는 알렌이 1885년 설립한 광혜원에 기원을 두고 있다”면서 “연세대 설립자는 알렌과 언더우드라고 하는 게 더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연희의 기원은 1885년 7월 언더우드가 미국 선교본부의 허락을 얻어 시작한 고아원이다. 그 해 4월에 알렌이 개원한 광혜원(곧 제중원으로 개칭)과 시작 연도가 같다는 점에서 언더우드가 제중원을 설립했다는 오해가 생겼다. 제중원은 세브란스로 발전하는데, 1904년 병원 신축에 거금을 기부한 미국인 사업가 이름이 루이스 헨리 세브란스이다.

미국의 선교본부들은 언더우드의 고아원을 학당, 경신학교 등으로 키웠고 1915년 서울의 연합기독교대학을 개교해 연희전문학교라는 교명을 붙였다. 저자는 “선교본부는 연희의 설립 직후부터 세브란스와의 합동을 논의했다”며 “선교본부는 두 학교의 합동을, 연희로서는 아무런 경비를 들이지 않고 의학부를 갖는 셈이고, 세브란스로서는 공간의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도심에서 벗어나 설비를 제대로 갖춘 의료원을 설립할 수 있는 공간을 갖는 셈이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 기관의 합동은 40여년이나 지난 1957년에야 실현됐다. 저자는 “연희와 세브란스의 합동을 촉진시킨 것은 한국전쟁”이라며 “전후 복구를 위해 상당한 지원을 해야 했던 선교본부들은 설비를 제대로 갖춘 대학교 서립을 가장 효율적인 지원 방안이라 판단했다. 그리하여 이화여자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까지 합동을 고려했다. 하지만 결국 연희와 세브란스만 합동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