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받지 않는다고 경찰관에 염산테러…30대 여성 현행범 체포

입력 2016-04-04 12:40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서에서 30대 민원인이 경찰에게 염산을 뿌렸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경찰관에게 염산을 뿌린 혐의(특수공무방해치상)로 전모(38·여)씨를 현행범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43분쯤 관악경찰서 3층 복도에서 사이버수사팀 소속 박모(44) 경사를 비롯한 경찰관 4명에게 보온병에 담아 둔 염산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인터넷으로 구입한 염산이라고 진술했다.

전씨는 박 경사와 이날 오전 8시쯤 전화통화를 하다 박 경사가 “전화통화로 하지 말고 직접 찾아와서 얘기하자”고 해 오전 8시40분쯤 관악경찰서 3층의 사이버수사팀 사무실을 방문했다. 전씨는 사무실에 들어와 “왜 전화를 안받느냐”며 욕설을 하며 책상을 발로 찼고 동료 경찰관들은 전씨를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은 전씨가 지니고 있던 과도를 뺐었다. 복도에서 고성으로 얘기를 이어가던 전씨는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내 박 경사의 얼굴과 목에 염산을 뿌렸다. 이 과정에서 다른 동료경찰관의 얼굴과 손에도 염산이 튀었다.

박 경사는 염산을 얼굴에 맞은 직후 화장실로 달려가 세척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박 경사는 얼굴과 목 등에 3도 화상을 입었다. 동료 경찰관 3명도 얼굴, 손등 등의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

전씨는 2013년 9월 헤어진 남자친구가 다시 만날 것을 요구하며 문자 등을 보낸다며 관악경찰서에 고소장을 냈으나 경찰은 남자친구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각하처분을 내린 바 있다. 전씨는 이 사건의 담당이었던 박 경사에게 상담을 받아 각하된데 대해 불만이 없었지만 자신이 연루된 다른 사건에 대해 박 경사가 전화를 받지 않자 불만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올해 2월 전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 건물의 유리창을 깨뜨린 혐의(재물손괴)로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있었으나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 전씨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박 경사에게 물어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경사의 동료는 전씨가 재물손괴 사건 담당도 아닌 박 경사에게 일주일에 1~2차례씩 연락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씨의 정신병력 등을 확인해 정확한 동기를 파악하는 한편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