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부인'의 정인엽 감독, '대종상 보조금 횡령'으로 징역형

입력 2016-04-04 11:41

대종상영화제 개최 비용 등의 공금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정인엽(77) 전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정인엽 판사는 4일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협회 사무총장 출신 강모(57)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기업체들로부터 계약대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빼돌렸다”며 “협회의 재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선 합법적인 노력으로 불법적 관행을 근절했어야 함에도 이 같은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빼돌린 돈 대부분을 협회 직원 급여 명목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종상영화제집행위원회 등이 정 전 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 전 회장 등은 2010년 5월~2012년 10월 9차례에 걸쳐 대종상영화제와 관련해 서울특별시와 영화진흥위원회 등으로부터 받은 보조금 2억3600만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협회의 재정상황이 직원 급여조차 지불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처하자, 대종상영화제나 영화의 날 행사에 지급되는 보조금이나 후원기업들의 협찬금을 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회장은 2013년 7월 춘사영화제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바 있다. 그는 1965년 영화 ‘성난 영웅들’로 데뷔해 1980년대에는 ‘애마부인’ 시리즈를 제작한 영화감독 출신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