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의 기적’이었다.
안양 한라가 2015-2016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플레이오프 파이널에서 사할린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안양에서 열린 파이널 3연전에서 1승2패로 밀린 한라는 사할린 원정에서 2연승을 거두며 6년 만의 통합우승(정규리그·플레이오프 석권)을 달성했다. 감독의 탁월한 전략과 국내·귀화 선수들의 완벽한 조화가 만들어 낸 역전 드라마다.
한라는 3일(현지시간) 러시아 사할린 크리스탈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사할린과의 대회 파이널 5차전에서 5대 3으로 이겼다. 전날 4차전에서 1대 0으로 이긴 한라는 파이널 전적 3승2패로 정규리그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한라가 아시아리그 챔피언에 오른 것은 2009-2010 시즌 이후 6년 만이다.
사할린 원정은 쉽지 않았다. 이동 거리가 멀고 날씨도 추워 한라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한라엔 구단주인 정몽원 회장이 강조하는 근성이 있었다. 한라 선수들은 그들의 마스코트인 백곰처럼 물러설 줄 모르는 투혼으로 끝까지 버티며 기적을 만들어 냈다.
한라의 통합우승 원동력 중의 하나는 이리 베버 감독의 전략이다. 베버 감독은 2014-2015 시즌을 앞두고 한라 사령탑에 올랐다. 아이스하키 강국인 체코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인 베버 감독은 수비에 비중을 많이 뒀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에 나서는 것이 기본 전략이었다. 수비가 안정되자 김기성, 박우상, 신상훈, 브락 라던스키, 마이크 테스트위드 등 공격수들을 신바람을 냈다. 한라는 이들을 앞세워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사상 최다 승점(114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귀화 선수들의 조화는 한라를 더욱 강하게 했다. 4차전의 영웅은 라던스키였다. 그는 경기 종료 6초 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5차전으로 넘겼다. 골리 맷 달튼은 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사할린을 상대로 선방쇼를 펼치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달튼이 합류한 후 한라의 실점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가 한라 골문을 지키기 전인 2013-2014 시즌 경기당 2.62골을 내줬던 한라는 지난 시즌 2.31실점을, 이번 시즌 1.79실점을 기록했다.
5차전에선 신상우-신상훈 형제가 펄펄 날았다. 둘은 3골을 합작해 내며 한라의 극적인 정상 등극을 이끌었다. 신상훈은 1피리어드 5분 17초에 형 신상우의 어시스트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렸다. 신상우는 한라가 2-1로 앞서 있던 2피리어드 15분 43초에 김기성의 어시스트로 추가골을 넣었다. 3-3으로 팽팽히 맞서 있던 3피리어드 18분엔 신상우가 신상훈의 어시스트를 받아 결승골을 꽂아 넣었다.
신상우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귀화 선수들이 합류한 후 한라의 전력이 크게 상승했다”며 “국내 선수들이 이들에게서 선진 기술을 배우면서 기량이 부쩍 늘었다. 국내 선수들과 귀화 선수들의 조화는 한라의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안양 한라 ‘사할린의 기적’
입력 2016-04-04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