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수천대를 불법 개통해 20억원 넘게 챙긴 업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에게 피해당한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20억원을 안 주면 ‘불법 개통’ 사실을 언론사에 알리겠다”고 협박한 동료 업자도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백화점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25억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휴대전화 대리점주 A씨(42)를 구속하고 대리점 직원 B씨(46)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이동통신사를 협박해 20억원을 갈취하려던 혐의(공갈미수)로 C씨(39)도 구속했다. C씨는 A씨가 운영하는 휴대전화 대리점의 하부 판매점주다.
A씨는 2009년 7월~2014년 9월 직원 B씨와 함께 한 백화점 명의로 휴대전화 4000여대를 불법 개통해 판매 장려금 10억원, 단말기 판매대금 1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당 백화점이 명절 기간 택배기사들에게 지급할 휴대전화 수백대를 임대해달라고 하자 백화점 명의로 된 위임장을 임의로 만들어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과거 백화점 법인용 휴대전화 개통 업무를 하면서 받은 법인 인감증명서, 사업자등록증, 위임장을 이용했다.
백화점에는 새로 개통한 전화기를 ‘임대폰’이라고 속여 대여하고 이통통신사에서 휴대전화 판매 장려금 10억원을 받아 챙겼다. 불법 개통 의심을 피하기 위해 90일간 거짓 통화내역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명절 이후에는 백화점에서 전화기를 돌려받아 중고전화 매매상에게 30∼50% 할인한 가격에 팔았다.
A씨는 경찰 수사에 앞서 진행된 이동통신사 자체 감사에서 대량 불법 개통 사실이 적발돼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C씨는 이 때문에 거래선이 끊기자 2014년 11월∼지난해 8월 해당 이동통신사를 5차례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화점 명의를 도용해 휴대폰을 대량 개통한 사실을 언론사, 미래창조과학부, 감사원 등에 알리겠다. 20억원을 주면 해외에 나가 살면서 평생 함구하겠다’는 각서를 우편으로 발송했다고 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20억 주면 제보 안 하지" 이통사 협박한 대리점주
입력 2016-04-04 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