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모자는 어깨에 맨 라이플총을 확인했어요. 빨간모자는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서 나무를 살피고 은폐할만한 그늘이 어딘지 확인했지요.”
최근 미국총기협회(NRA) 공식 블로그 중 하나인 ‘NRA패밀리’에 ‘이색 동화’ 시리즈가 올라와 화제가 됐다. 미국 인터넷매체 가커(Gawker)는 이 블로그가 ‘빨간 모자’를 비롯해 ‘헨젤과 그레텔’ 등 세계 어린이로부터 사랑받는 동화 주인공들에게 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자칫 끔찍해질 수 있는 동화지만 이야기 안에서 총을 맞는 인물은 없다. ‘빨간모자’ 이야기에서 빨간모자의 할머니를 잡아먹으려고 미리 집을 방문한 늑대는 할머니가 산탄총을 장전하는 소리에 겁먹고 도망친다. 원래 동화에서 힘없이 당했을 약자라도 총이 있다면 악당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았다.
당장 비판이 뒤따랐다. 총기폭력반대 단체 관계자는 일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동화를 읽는 아이들은 총기 소지가 위험을 동반한다는 걸 알 만큼 감정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며 “악당들을 쏴 죽이려고 총을 들고 숲에 나가는 어린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는 동화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쏘아붙였다.
동화의 지은이인 보수 성향 블로거 아멜리아 해밀턴은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화를) 읽어보지도 않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반박했다. 또다른 이야기인 ‘(총을 가진) 아기 돼지 삼형제’ 동화는 다음달 나올 예정이다.
미국 사회에서 총기 소지 문제는 선거때마다 불거지는 주요 이슈다. 힐러리 클런턴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이 문제에 있어 가장 강력하게 규제 의사를 밝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임기 동안 총기규제강화안 통과에 힘써 지난 1월 행정명령을 강행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