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벨트 수성하러 긴급 유턴한 김무성

입력 2016-04-03 16:17

수도권 ‘올인’ 전략을 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텃밭 부산으로 긴급 유턴했다. 20대 총선에서 16년 만의 부산 석권을 노리고 있지만 최근 무소속과 야권 바람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김무성 대표는 3일 오전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부산으로 건너갔다. 그가 첫 행선지로 잡은 곳은 박민식 의원이 있는 북·강서갑 지역이다. 김 대표는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열린 지원유세에서 “오후에 제주도 유세를 하려고 했는데 전혀 생각도 안했던 박 의원이 다 죽어간대서 살리려고 왔다”며 “박 의원이 뭘 잘못했다고 혼내느냐. 여론조사가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박빙 판세를 보이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지난 29일 부산일보 여론조사에선 전 후보가 13.3% 포인트, 지난 31일 국제신문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가 12.9%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만 세 번째 도전하는 전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불과 4.8% 포인트 차이로 패배했었다.

김 대표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였다. 그는 “문 전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은 부산을 발전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정치적 발판으로만 이용했다”며 “분당을 시켜놓고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김 영감님(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을 모셔 뒤로 숨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키즈’로 불리는 손수조 후보가 출마한 부산 사상구 유세에는 김 대표 외에도 김태호 최고위원 김정훈 정책위의장 조경태 김도읍 의원 등 부산·경남(PK)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고, 대구·경북선거대책위원장인 최경환 의원까지 긴급 원정을 왔다. 사상 지역은 공천 파동으로 탈당한 무소속 장제원 의원이 손 후보와 더민주 배제정 의원을 각각 1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지역이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문 전 대표를 겨냥해 “4년 전 특별한 연고도 없는 분을 당선시켜 낙후된 사상을 발전시켜 달라 했지만 뭘 했느냐”고 공격했다. 최 의원은 “(무소속으로) 당선되고 나면 복당된다고 하는 말을 믿지 말라”며 “김 대표를 봐서라도 (손 후보를) 당선시켜 달라. 그래야 김 대표가 살고 큰일을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중·영도를 방문한 뒤에는 사하갑과 남을 지역 지원유세에도 나섰다. 사하갑은 새누리당 김척수 후보가 더민주 최인호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김 대표는 부산에서 하루 머문 뒤 4일에는 경남과 울산에서 지원유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야당은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벌어진 PK 틈새를 확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부산 지역 최대 정책 현안 중 하나인 동남권신공항 유치 문제도 지역 민심을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더민주 부산시당은 성명을 내고 “가덕신공항 유치에 관한 김무성 대표의 입장이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밝히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조원진 의원을 단호히 조치하라”고 압박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조 의원이 지난 29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선대위 발족식에서 ‘대통령 선물보따리’ 발언을 하며 신공항 대구 유치를 꺼내든 것에 대한 공세다. 더민주 정청래, 김광진, 김빈, 장하나 의원 등으로 구성된 ‘더컸’ 유세단도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을 찾아 젊은 층을 겨냥한 지원 유세에 나섰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