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봄맞이 겹경사'...반달가슴곰 세쌍둥이 처음 탄생

입력 2016-04-03 16:05
반달가슴곰(RF-23)의 새끼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반달가슴곰(KF-27)의 새끼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봄을 맞은 지리산에 ‘겹경사’가 났다. 야생 상태로는 처음 아기 반달가슴곰 세쌍둥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3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 암컷 2마리가 최근 세쌍둥이를 포함해 총 5마리의 아기 곰을 낳은 것으로 확인됐다. 야생에서 세쌍둥이 아기곰이 태어난 것은 2004년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공단 측은 세쌍둥이를 낳은 러시아 태생 어미곰(RF-23)이 겨울잠을 자던 바위굴에서 새끼들을 데리고 있는 모습을 무인센서 카메라를 통해 포착됐다. 접근이 어려워 울음소리와 무인센서 카메라를 통해서만 확인이 됐다. 한국 태생의 다른 어미곰(KF-27)은 나뭇잎 등을 모아 둥지 형태로 만든 보금자리를 일컫는 ‘탱이’에서 출산한 수컷 새끼 곰 2마리를 낳았다. 모두 건강한 상태로 확인됐다.

어미곰들은 2007년 러시아와 서울대공원에서 옮겨와 지리산으로 방사됐다. RF-23은 이번이 두 번째, KF-27은 세 번째 출산이다. 임신 가능한 지리산 반달가슴곰 13마리 중 10마리가 출산 경험이 있다. 3번 이상 출산한 반달가슴곰도 3마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지리산의 자연생태계가 곰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연 상태의 반달가슴곰은 보통 1∼2마리 새끼를 낳고 세 마리 이상 낳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반달가슴곰은 6∼8월에 교미하지만 수정란이 자궁에 바로 착상되지 않는 ‘착상 지연’ 현상을 겪는다. 가을철 먹이를 충분히 먹어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동면 직전 착상한다. 새끼곰은 동면 중인 1∼2월 200∼400g 크기로 태어나 초봄 동면 굴에서 나올 때 3∼4kg까지 자란다.

2009년 3마리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30마리가 자연상태에서 태어나 4마리가 폐사했다. 이번에 태어난 5마리를 포함해 지리산국립공원에는 44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

송동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원장은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체를 추가하고 인공 증식을 추진하는 등 체계적인 복원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이달 중순 이후 동면에서 깬 곰들이 활동영역을 차츰 넓히게 되므로 탐방객들이 샛길 출입을 자제하도록 홍보할 계획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