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두 번째 방문국인 멕시코에 도착해 첫 공식일정으로 동포 간담회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한복 차림으로 나서 현지 동포들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멕시코시티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1900년대 초반 이민 1세대가 멕시코 농장에서 일하면서도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이 삶의 터전을 일구고 계신 이곳 멕시코는 한인 이주의 역사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라며 “역경 속에도 멕시코 한인들은 좌절하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금을 모으고, 독립군 양성을 위해 숭무학교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한인시민경찰대와 한글학교 등을 통해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동포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멕시코는 1905년 중남미 지역 최초로 1000여명의 한인들이 이민을 와 정착한 곳이다. 당시 이민 1세대들은 ‘애니깽(henequen·선박용 밧줄 원료인 선인장 일종)’ 재배 농장 등 척박한 환경에서 주로 일해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애니깽 농장의 어려운 생활환경에도 불구하고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세대의 고귀한 정신을 되새기면서 동포사회가 서로 화합하고 단결하는 모습을 격려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한복 차림으로 동포간담회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입은 한복은 초록색 고름이 달린 미색 저고리, 붉은색 치마다. 멕시코 국기와 색을 맞춘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해외순방에서 현지 동포들을 만날 때마다 가급적 한복을 입어왔다. 2013년 5월 취임 후 첫 해외방문인 미국을 비롯해 각국 현지 동포와 한복 차림으로 만나온 것. 대통령 취임 이전에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 시절에도 해외를 방문할 때는 한복을 입어왔다.
박 대통령은 과거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해외동포를 만날 때 한복을 입는 이유를 소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그 이유를 “사람도, 언어도, 문화도 다른 낯선 땅에서 꿋꿋하게 뿌리를 내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에게 경의와 고마움을 표현하는 나만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계 각지에서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을 현지에서 만나면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따뜻하다. 같은 핏줄이 주는 이 뭉클함이 좋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우리 동포를 만날 때 가능한 지키려고 하는 게 한복을 입는 것”이라며 “한복은 단순히 옷이 아니다. 한복은 우리 문화와 민족의 혼을 옷의 모습으로 빚어낸 조국의 상징이다. 한복을 보면서 머나먼 곳에서 타향살이를 하는 동포들에게 잠시라도 고국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은 것이 내 작은 바람”이라고 썼다.
멕시코시티=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박 대통령이 한복 차림으로 동포들 만나는 이유는... "같은 핏줄의 뭉클함"
입력 2016-04-03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