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출가 3인이 바라본 한국사회는 어떤 모습?

입력 2016-04-03 12:07 수정 2016-04-03 12:21
남산예술센터의 '귀.국.전'에 참가하는 연출가 김민정, 이경성, 구자혜. 남산예술센터 제공
김민정이 연출한 극단 무브먼트 당당의 '불행'. 남산예술센터 제공
이경성이 이끄는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그녀를 말해요' 연습장면. 남산예술센터 제공
구자혜가 연출한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커머셜, 데피니틀리’. 남산예술센터 제공
‘귀국전(歸國展)’은 원래 해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아티스트들이 여는 전시회를 가리킨다. 흥미로운 건 독재 정권 시절에 아티스트들이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이 타이틀을 쓰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올해 사회성 강한 라인업을 짠 남산예술센터가 4월 선보이는 주제기획전 ‘귀.국.전’은 젊은 연출가 김민정, 이경성, 구자혜 등 3명이 바라본 한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7~10일 극단 무브먼트 당당의 ‘불행’, 14~17일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VaQi)의 ‘그녀를 말해요’, 21~24일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커머셜, 데피니틀리’ 등 3편이 이어진다.

이들 세 연출가가 해외에서 폼 나게 공부하고 돌아온 것은 아니다. 대신 그동안 국내 허름한 소극장과 연습실에서 작업해 왔다. 변방에서 돌아와 고국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또 최근 연극을 비롯해 한국 예술계에 검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귀.국.전’이라는 의미심장한 타이틀을 달았다. 이들의 작품에서 표현된 고국은 불행하고, 슬프고, 폭력적이다.

첫 번째 주자인 ‘불행’은 지난해 베세토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재정의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민정은 올해 주제를 좀더 확장하고 작품의 밀도를 높였다. 극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도처에서 ‘불행’한 사건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돌아다녀야 한다. 각 사건의 크기가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가운데 관객 역시 각각 다른 크기의 불행을 느끼게 된다.

‘그녀를 말해요’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연극 ‘비포 애프터’로 각종 연극상을 휩쓴 이경성이 그 연장선상에서 내놓는 작품이다. 배우들과의 공동창작인 ‘비포 애프터’에서 거대한 사건과 삶의 관계를 거시적으로 살펴보았던 이경성은 이번에 세월호로 딸을 잃은 엄마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며 그들의 일상 속에 깊게 들어갔다. 이번 작품은 평범한 가정에서 아이가 갑자기 사라진 뒤 이전의 세계가 얼마나 생기 넘치는 시간이었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만든다.

‘커머셜, 데피니틀리’는 지난해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가을 페스티벌 ‘상업극’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연출가의 산실로 꼽히는 혜화동1번지는 한국 연극계의 유일한 연출가 동인 집단으로 구자혜는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6기 소속이다. ‘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이란 부제를 단 이 작품은 부유층의 갑질이나 심각한 여성혐오증 등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 속 문제적 인물들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귀.국.전’을 시작으로 매년 특정 주제를 선정해 젊은 창작자들의 작품을 모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창작 초연과 3주 공연이라는 경직된 극장 조건 때문에 무대에 서지 못했던 젊은 창작자들에게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