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중국 한 웹사이트에 오른 짧은 글이 중국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문제는 글의 형식, 길이가 아니라 내용이다. 한마디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을 이끌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니 사임하라’는 폭발적인 내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이코노미스트 등 서구 저명 언론매체도 인터넷·언론탄압과 개인 숭배 등 시 주석의 통치 방식에 대해 중국 내 불만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3일 중국 공산당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해외 반체제 중문사이트인 ‘찬위(參與, Canyu.org)’에 ‘충성 공산당원’ 명의의 공개 편지글이 게재됐다. ‘시진핑 공화국영도업무사직 요구’라는 제목이다.
이 글은 다음 날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정부가 운영하는 인터넷매체 우지에(無界)신문에 게재됐으나 곧 사라졌다.
필자는 “우리들은 당신(시진핑 동지)이 당과 국가를 미래로 이끌 능력이 없으며,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직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믿는다”면서 “그래서 당의 대의와 국가의 장기적 평화와 안정, 그리고 당신 개인과 가족의 안전을 고려해 당과 국가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이후 편지는 정치, 외교, 경제, 사상 등 분야 별로 나눠 3년 여의 집권 기간 중 시 주석의 통치 실패를 적시했다. 정치 영역에서는 모든 직급의 지도자들이 시 주석을 ‘핵심’으로 따르게 함으로써 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의 집단지도체제라는 민주적 시스템을 붕괴시켰다고 비판했다. 외교 영역에서는 덩샤오핑의 외교정책 기조인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춰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면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를 포기해 미국의 아시아 회귀의 빌미를 줬을 뿐아니라 일본 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연합해 중국의 봉쇄에 나서게 됐다고 지적했다.
당초 이 편지는 해외 거주 중국인의 장난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전담 수사반을 구성해 이 글의 확산에 연관된 언론인과 관료들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파장이 크게 확산됐다. 중국에서 이 편지글이 처음 게재된 우지에신문의 직원 4명이 구금되고 수십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밍징신원왕(明鏡新聞網)이 전했다.
저명 언론인 자자도 이 사건과 관련해 구금됐다가 1주일 만에 풀려 나기도 했다. 해외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격렬한’ 반응을 그만큼 시진핑 주석이 처한 반대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방증으로 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경제성장 둔화와 심각한 소득 격차 확대, 국영기업들의 개혁 저항, 공산당 내 반대 세력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 등으로 공산당 지도부가 이 편지를 진정한 위협으로 여기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만만찮은 반 시진핑 세력…“시진핑 사임 요구” 편지 갈수록 파장
입력 2016-04-02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