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아!”
타구가 한 번 공중으로 솟구칠 때마다 관중들은 고개를 들고 천장을 보면서 함성을 질렀다. 그라운드에서 천장까지 높이는 67.59m. 천장에 닿을 듯 했던 타구가 힘을 잃고 떨어지면 관중들의 함성은 금세 탄성으로 바뀌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내지르는 탄성소리엔 아군도 적군도 없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공이 돔구장의 천장을 때린 진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1만446명의 관중들은 눈을 부릅뜨고 타구 하나하나에 오감을 집중했다.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2016 프로야구 개막전을 벌인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관중들의 함성을 머금고 열기를 내뿜었다. 두 팀 선수들은 ‘돔구장 천장 타격 1호’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듯 경쟁적으로 힘을 실어 방망이를 휘둘렀다.
롯데의 황재균(29)이 5회초 무사 2루에서 넥센 선발투수 라이언 피어밴드(31·미국)의 시속 140㎞짜리 직구를 때려 1루수 파울플라이로 돌아섰을 때도, 넥센의 김하성(21)이 6회말 2사 1·2루에서 우측 폴대를 살짝 빗나간 파울 판정으로 홈런을 놓쳤을 때도 공은 큰 궤적을 그리며 날았지만 끝내 천장에 닿지 않았다. 그때마다 관중들은 박수와 환호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타구가 천장에 닿진 않았지만 프로야구 돔구장의 첫 번째 기록들은 쏟아졌다. 롯데 선수들은 고척스카이돔의 마수걸이 기록들을 싹쓸이했다.
톱타자 정훈(29)은 1회 첫 안타와 도루를 모두 작성했다. 정훈은 피어밴드의 4구째 시속 128㎞짜리 체인지업을 밀어 쳐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가른 중견수 앞 1루타를 만들었다. 이어진 짐 아두치(31·캐나다)의 타석에서 2루로 달려 도루에 성공했다.
주장 강민호(31)는 첫 ‘홈인’의 영예를 안았다. 4회초 1사 손용석(29)의 타석 때 2루에 있었던 강민호는 넥센 내야 수비진의 실책으로 3루를 돌아 홈까지 달렸다. 프로야구 돔구장 사상 첫 득점이다. 실책으로 기록되면서 손용석은 프로야구 돔구장 첫 타점의 기회를 놓쳤다.
첫 타점의 주인공은 아두치다. 아두치는 5회초 1사에서 좌전 적시타로 2루 주자 손아섭(28)을 홈으로 불렀다.
롯데에 흐름을 빼앗긴 넥센은 7회말 1사에서 이태근(36)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서건창(27)을 홈으로 불러 영패를 면했다. 넥센은 새 홈구장 고척스카이돔 개장 경기에서 롯데에 1대 2로 졌다.
같은 날 개장한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도 홈팀이 울었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어 무릎을 꿇었던 두산 베어스와의 리턴매치에서 1대 5로 졌다. kt 위즈는 인천에서 SK 와이번스에 8대 4, NC 다이노스는 마산에서 KIA 타이거즈에 5대 4로 각각 승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아! 고척돔 참 높네”… 프로야구 돔구장 천장 타격 1호 무산
입력 2016-04-01 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