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자녀 가운데 7명 초등학교에도 보내지 않은 가정 사연은

입력 2016-04-01 18:47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10명의 자녀 가운데 7명을 초등학교에도 보내지 않은 부모가 확인돼 관계기관과 경찰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1일 광주 남구청 등에 따르면 광주의 한 주택에 사는 A씨(44) 부부가 자녀 10명 중 7명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5남 5녀 가운데 첫째(25)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아홉째와 막내 등 2명만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뿐, 중간의 7명은 전혀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A씨가 지난달 동사무소에 아이들의 교육급여 신청을 하면서 밝혀졌다. A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열 번째 아이의 교육급여를 신청하면서 여덟째와 일곱째도 함께 서류에 올렸다. 이후 이들의 명단이 해당 초등학교에 넘겨졌으나 2명이 학적부에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학교 측은 동사무소와 경찰에 거주지 확인을 요청했다.

이후 경찰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이 가정을 방문해 조사를 벌였지만,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조사 결과 첫째∼셋째는 성인이 돼 독립했으며, 주택에는 현재 9명이 16㎡ 남짓한 단칸방에서 건강히 생활하고 있었다. 비좁은 집이지만 아이들은 깨끗한 옷을 입고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A씨 부부는 일용 근로를 하며 자녀들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구청과 교육청 등 관계기관은 그동안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미취학과 장기결석 아동의 학대가 사회문제가 된 이후 교육청이 지난해 말부터 3차례나 전수조사를 벌였는데도 이 같은 상황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A씨 부부는 사업 실패이후 도피 생활을 계속해오다 1998년 태어난 다섯째부터 2004년생인 여덟째까지 4명의 자녀는 출생 신고조차 못하고 있다가, 지난해 4월에야 한꺼번에 신고를 했다. 구청 측은 이들이 태어난 지 10∼18년이 지나서야 출생 신고가 됐는데도 과태료 5만원씩만 받고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적 없는 아이들은 그동안 몸이 아파도 제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청 관계자는 “A씨가 ‘사업 실패로 인한 빚 때문에 이 곳 저 곳으로 쫓겨 다니다 보니, 제때 출생신고는 물론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광주시와 구청 등 지역의 11개 기관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A씨 가정을 도울 방안 등을 공동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들 가족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처벌이 아닌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라며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