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은 북핵압박...중국은 대화

입력 2016-04-01 16:49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한·미, 한·미·일, 한·일과의 연쇄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핵 포기를 위한 3국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북한 변화를 이끌어낼 때까지 끊임없이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겠다는 게 한·미·일 정상의 일치된 목소리였다. 그러나 중국과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에 대해 여전히 현격한 이견을 노정함으로써 향후 갈등의 소지를 그대로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완전한 이행을 언급하면서도 대화를 강조해 한·미·일 3국과의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 구체적인 북한 문제 해법에 대해선 ‘한·미·일 대 중국’ 구도가 재확인됐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일 대 중국’ 구도되나, 사드 불씨 여전=청와대는 사드 문제와 관련된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았다. “의견을 교환했고, 앞으로 소통을 계속하기로 했다”고만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국익과 안보’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단호한 반대’를 거듭 확인한 만큼 박 대통령에게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이 공식적으로 박 대통령에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 문제는 중국으로선 자국의 안보에 위협요인이라는 근본적 인식을 바꾸기 힘든 만큼 앞으로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화될 때 한·중, 미·중 간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 정상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최우선으로 강조한 것과 달리 중국은 여전히 ‘대화’를 중시하고 있음도 보여줬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안보리 대북 결의의 이행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은 대화 재개를 위해 건설적 방법으로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결국 북한 문제를 푸는 방법론에 대해선 중국과는 다시 한번 시각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앞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세 정상은 북한 인권문제까지 거론하면서 고강도 대북 압박 공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시 주석에 ‘무신불립’ 강조=박 대통령과 시 주석 회담은 연쇄정상회담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앞서 미·중 정상회담이 길어지면서 한·중 정상회담 일정도 당초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시작돼 80분 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오찬을 함께 했을 때 ‘무신불립’이라는 문구가 기억난다.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이끌어 가는 기본정신은 상호존중과 신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있는 역할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하며 북핵 포기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거듭 당부했다. 시 주석도 “1년의 계획은 봄에 달려 있다. 이번 회동이 3월에 성사됐다”며 “양국 관계가 건강하고 순조로운 발전을 추구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핵안보정상회의서도 북핵 거론하며 비판=박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업무만찬에서 북핵 문제를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오직 김정은 정권의 유지를 위해 모든 국제규범을 무시하면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과 축적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핵무기 없는 세상은 한반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제 생각은 확고하다”며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국제사회가 단호하고 일치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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