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수사로 기소된 홍준표(62) 경남지사의 재판에서 “윤승모(전 부사장)에게 2011년 1억원을 줬다”는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육성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윤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에게 1억원을 받아 홍 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1일 열린 홍 지사의 5차 공판에서 지난해 3월 검찰의 ‘경남기업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 당시 성 전 회장과 한장섭(51) 경남기업 전 부사장 등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 공개됐다.
녹음파일에서 성 전 회장은 한 전 부사장에게 “윤승모한테 1억원 준 건 2011년도에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검찰이 비자금 등 경남기업 전반을 수사하자 자금 담당이던 한 전 부사장 등과 ‘대책 회의’를 하던 중에 나온 발언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한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이 인터폰으로 ‘준비한 거 가져오라’고 지시해 쇼핑백에 담긴 1억원을 윤 전 부사장에게 전달했다”며 “당시 윤 전 부사장은 회사에 정식 출근하던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1억원이란 큰 돈을) 받아간 건 제가 알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윤 전 부사장에게 개인적으로 사용하라고 준 돈이 아닌가”라고 묻자 한 전 부사장은 “아니다”라며 “성 전 회장은 원래 검소하고, 저도 20여년간 함께 일했지만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당시 한 전 부사장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성 전 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그는 녹음 이유에 대해 “회사가 상장 퇴출 상황에서 책임 문제가 발생했는데, 성 전 회장이 자꾸 책임지라고 말해 (만약을 위해)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 측은 “한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 당시 윤 전 부사장에게 돈을 전달한 시기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돈을 전달한 시기를 여러차례 바꾸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한 전 부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로 함께 기소됐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윤승모한테 1억원 줬잖아" 홍준표 재판서 성완종 육성 공개
입력 2016-04-01 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