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비운의 시대, 가수를 꿈꿨던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해어화>가 1943년의 경성을 미술과 세트, 소품을 통해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해어화’란 '말을 이해하는 꽃'이라는 뜻으로, 기생이자 예인을 일컫는 말이다.
가수를 꿈꾸는 마지막 기생 한효주와 천우희가 예인이 되기 위해 자라온 '대성권번'과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유연석과 함께 '경성 클럽' 그리고 그 시대 '경성 거리'까지, 1943년도 경성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영화 속 배경과 소품들이 몰입도를 높인다.
1940년대 경성은 일본과 서양,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근대문물과 조선 고유의 문화가 혼재된 시기였다. 한아름 미술 감독은 “권번을 통해 보는 조선의 모습과 경성 클럽의 모던걸과 모던보이, 경무국장의 별장에서 느껴지는 일본의 문화 그리고 모든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경성의 거리를 통해 시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극중 한효주와 천우희가 관중들 앞에서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가수의 꿈을 갖게 되는 결정적 장소인 ‘경성 클럽’은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경성 혼마치 거리의 모던한 건축물들을 참고했고, 건물과 건물 사이의 빈 공간을 막아서 만들어진 비밀스러운 장소라는 컨셉을 최대한 부각시켜 제작했다.
1940년대 당시의 소품들을 중국 등 해외에서 수급했으며, 구하기 힘든 소품의 경우 무형문화재 전문가들을 통해 제작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노래가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이기 때문에 일명 돌판으로 불리는 SP판을 직접 제작했다. 1940년대에는 지금 대중들이 알고 있는 LP판이 아닌 5분 분량의 1곡만 담을 수 있는 SP판으로 음반이 발매됐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응답하라 1943! ‘해어화’ 경성 거리와 경성 클럽까지 미술과 세트로 그 시절을 만난다
입력 2016-04-01 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