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만우절입니다. 거짓말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날이지요. 유쾌한 거짓말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합니다. 남을 속이려 하는 거짓말은 잘못이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거짓말은 힐링이 될 수도 있겠지요. “예술은 어차피 사기다. 그것도 고등사기다”라고 백남준 선생이 그랬다지만 사기일지언정 선의의 사기라면 삶의 훈훈한 농담처럼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이모그래피(Emography)의 창시자 허회태 선생이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전시를 연답니다. 카이로스 허회태미술관 개관 1주년 기념 ‘허회태 전’이지요. 카이로스 허회태미술관은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강촌)에 위치하고 있으며, 케이디파워주식회사(회장 박기주)의 후원으로 지난해 개관했습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박기주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원동력이랍니다.
스웨덴,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독창적인 현대미술가로 평단과 언론계로부터 꾸준히 호평 받아온 허회태 작가의 전시가 4월 한 달간 열립니다. 작가는 지난 50년 동안 예술혼과 열정을 지니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예술장르인 이모그래피(Emography)의 창시자이며, 서예의 회화적 창작 선구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지요.
현대미술 분야의 또 다른 장르의 회화성과 독특한 작업에 세계 각국의 유명 갤러리와 뮤지엄의 초청 전시회가 줄을 잇고 있기도 합니다. 그가 창시한 이모그래피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오직 한 번의 붓질로 표현함으로써 번득이는 찰나의 세계를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이전의 작품과는 차별화를 보여줍니다.
붓글씨로 작가의 철학을 담은 작은 입체 조각들을 화면에 채워 그가 생각하는 위대한 탄생을 가시화하는 작업입니다. 평론가 김복영 선생은 “그의 작업은 근원적 심층세계를 인간 윤회의 굴레를 재해석할 뿐만 아니라 에로티시즘의 반복을 자신의 방법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조각설치 작품은 2차원의 평면을 벗어나 3D작품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세계는 시간과 공간의 어우러짐을 통해 천지만물이 모여 우주를 구성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삶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무한 공간의 에너지와 생명의 원초적 현상을 보여주는 셈이죠. 감상자가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 만화경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생명의 순환, 욕망의 근원을 ‘비상비비상(非想非非想·neither thought nor non-thought)’으로 제시하지요.
비상비비상(非想非非想·neither thought nor non-thought)은 想(상)도 아니고 非想(비상)도 아닌 둥근 環(환)일 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미국 평론가 마타 태일러 리치몬드는 “작가의 기하학적인 형상들은 헨리 무어가 말한 ‘모든 예술은 신비스러운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처럼 신비스러움과 역동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거지요.
예술의 본질은 미의 창조요 새로운 미에 대한 추구이며 도전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없는 예술은 종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작가는 지금도 변하고 있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술 세계가 세계화가 되고 현대 예술사에 또 다른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을 확신하며 이번 전시회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만우절로 얘기로 돌아가 선의의 거짓말에 속아주는 것도 삶의 여유이자 미덕이라고 봅니다. 작가는 거짓말처럼 전시를 엽니다. 올 벽초부터 3곳에서 전시를 열더니 자신의 이름이 붙은 미술관 전시를 마련하니 거짓말보다는 마술 같다는 게 마땅하겠죠. 이제 그의 현란하면서도 순수한 마술쇼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즐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작품과 더불어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02-588-3324).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만우절에 올리는 거짓말같은 전시 이모그래피 창시 허회태의 춘천 카이로스미술관 개관1주년
입력 2016-04-01 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