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지원자 전원 자기소개서 제출"…서울교육청 방침 보이콧

입력 2016-03-31 20:13
서울 자율형사립고들이 면접 대상자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도록 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이 ‘자사고 죽이기’라며 거부하고 나섰다. 서울교육청은 방침을 따르지 않는 학교의 입학 요강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맞섰고 자사고들은 법정 다툼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라 입시를 앞둔 학생들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서울 자율형사립고교교장협의회는 2017학년도 자사고 입시에서 기존 방식대로 모든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받겠다고 31일 밝혔다. 면접 대상자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도록 한 서울교육청 방침은 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을 빼앗는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지난 30일 자사고 입시에서 온라인 원서접수 후 추첨을 통과한 면접 대상자만 자기소개서를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2017학년도 서울시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이런 발표가 자사고 측과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며 반발했다. 협의회 회장인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초기 자사고 입시에 존재하던 성적 제한을 없애는 대신 자기소개서로 대체해 선발 자율권을 확보했다”며 “서울교육청이 선발권을 박탈하고 장기적으로 자사고를 흔들어 고사시키려는 전략을 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사고들은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를 통해 해당 학교의 건학이념을 이해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허수’가 걸러진다고 보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정책대로라면 건학이념도 모르고 진로탐색 과정도 없이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준비된 지원자를 추첨에서 탈락시킬 확률이 높아질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또 추첨을 통과한 후 면접까지는 불과 3~4일밖에 남지 않으므로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서울교육청은 자사고들이 ‘집단 이기주의’로 뭉쳤다며 반박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의 22개 자사고들이 모든 지원자들에게 자기소개서를 받고 있어 중학교 384개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부담이 크고 사교육까지 발생시키고 있다”며 “자기소개서는 면접 대상자들에게서만 받아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학교별 입학요강이 나오기 전에 행정지도와 간담회 등을 거쳐 자사고들을 설득하고 합의되지 않으면 입학요강을 승인해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 회장은 “서울교육청이 입학요강을 승인하지 않으면 법으로 다퉈볼 의향도 있다”고 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