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운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소설가 임레 케르테스가 31일(현지시간) 86세로 별세했다.
헝가리 출판사 마그베토 키아도는 케르테스가 오랜 지병으로 부다페스트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또 고인이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쓴 자신의 일기 중 골라서 정리한 작품 ‘더 뷰어’의 출판 준비를 도왔다고 밝혔다.
192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케르테스는 1944년 만 14세의 어린 나이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수감됐다가 이후 부헨발트 수용소로 이감된 후 1945년 석방됐다. 그는 아우슈비츠에서 수감 생활을 겪으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하면서도 이 경험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케르테스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2002년 시사 주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내에서 아파 누워 있거나 형언할 수 없는 노동에서 10분간 휴식이 어떤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처럼 거의 죽을 것 같은 경험에서도 또 다른 행복이 있었고, 그 상황에서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석방된 후 고향 부다페스트로 돌아와 기자와 번역가로 살아왔다. 2차 세계대전 후 당시 헝가리를 집권한 공산당의 불신 속에서 그는 다뉴브강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아파트에서 프리드리히 니체, 지그문트 프로이트, 엘리아스 카네티의 책을 헝가리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와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소설에 영향을 받은 그는 전체주의 사회 속 개인의 운명에 매료됐다. 그의 소설 ‘운명’은 완성된 지 10년 만인 1975년 우여곡절 끝에 출판됐고 2002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경험 소설 ‘운명’ 2002년 노벨문학상 헝가리 케르테스 별세
입력 2016-03-31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