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돌아와요 아저씨’… ‘태양’을 피하고 싶었지만

입력 2016-03-31 19:33 수정 2016-03-31 19:40

멈춰 세우기 힘든 하락세다.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돌아저씨)가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져버렸다. 경쟁작 KBS 2TV ‘태양의 후예’(태후)는 순풍에 날개를 단 듯하다. 속이 터지지만 ‘태양’을 피할 길이 없다.

3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돌아와요 아저씨 11회 시청률은 3.3%(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10회(4.1%)보다 0.8%P나 떨어졌다. 자체 최저시청률이다.

지난 16일부터 방송된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굿미블)과의 2·3위 경쟁에서도 밀려난 모양새다. 당초 돌아저씨가 소폭 앞섰으나 지난주부터 뒤집혔다. 굿미블은 잔잔한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회 5.1%로 올라섰다.


따지고 보면 이들 경쟁은 무색하다. 태후 신드롬에 가려지긴 매 한 가지이기 때문이다. 30% 고지를 가볍게 넘어선 태후는 자체 최고시청률 31.9%를 찍었다. 국내는 물론 중화권 전역에 태후 광풍이 불고 있다. 같은 날 방영을 시작한 돌아저씨 입장에선 한층 멋쩍어지는 상황이다.

물론 스케일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제작비 130억원짜리 작품에 맞서기가 어디 쉬운가. 그럼에도 돌아저씨 부진이 더욱 안타까운 건, 이렇게 묻히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대진 불운이 애석할 따름이다.

정지훈(비)·오연서·이민정 라인업은 일단 괜찮았다. 송중기·송혜교·진구와 견주어 크게 꿀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화려한 연기파 조연들이 가세했다. 김수로·김인권·최원영·이하늬 등이 탄탄한 기둥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대본이 참신했다. 만나고 헤어졌다 재회하는 식의 뻔한 로맨스물이 아니다. 기발한 설정 안에 뭉클한 메시지를 집어넣었다. 가볍게 웃으면서 보다가 순간순간 울컥해지는 식이다.

특히 극중 1인2역을 맡는 정지훈의 분투가 인상적이다. 무대 위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마음껏 코믹연기를 펼치는 중이다. 그가 ‘으핫핫핫’ 아저씨 웃음을 터뜨리면 괜스레 따라 웃게 된다. 오연서에 대한 호평도 연일 이어진다. 털털한 미녀 캐릭터인데 귀엽기까지 하다. 그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혼자보기 아쉬울 정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