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놔두고 개혁 가능합니까… 부활하는 금융권 낙하산

입력 2016-03-31 19:29 수정 2016-03-31 19:30

세월호 참사 이후 원칙적으로 금지된 퇴직 관료들의 산하기관 및 협회 낙하산 인사가 금융권에서 부활하고 있다. 가뜩이나 금융당국의 성과주의 확산 방침으로 표류하고 있는 금융권 노사관계가 낙하산 때문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밤낮으로 금융개혁을 외치는 금융위원회는 물론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까지 낙하산 투입에 예외가 없다.

생명보험회사들의 협의기구인 생명보험협회 전무직에 31일 현직 금융위 과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역시 전 금감원 국장이 전무로 거론되고 있다. 둘 다 보험관련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금융위 금감원은 1년 전만 해도 관료출신을 관련 협회에 내려 보내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협회도 낙하산 자리였던 부회장 직을 없애며 화답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전무직이 사실상 이전의 부회장 자리다. 협회 전무직은 협회장 아래의 2인자 역할로 2억원 넘는 연봉을 받는다.

은행연합회에도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전무에 내정됐지만 지난 25일 열린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에서 재심 끝에 임용 보류됐다. 낙하산을 보내려 했다고 공인을 받은 셈이다.

금융결제원장 자리에는 이흥모 한국은행 부원장보의 임용이 사실상 확정됐다. 금융결제원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은행들의 인터넷뱅킹 등 지급결제시스템을 관리하는 중요 기구다. 

여기까지는 서막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가오는 4월 총선이 끝나면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논공행상을 위해 본격적인 낙하산 투입이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 신용보증기금, KB국민은행 등의 감사 자리가 비어있는 채로 채워지지 않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융산업노조는 “시대착오적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총력투쟁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전날 금융사용자협의회에서 금융 공기업 7곳이 일괄 탈퇴하며 산별 교섭을 거부한 것이 기름을 끼얹었다. 금융권은 2000년 이후 사용자와 산별노조간 협의를 통해 비교적 평화로운 노사협상을 진행해 왔는데, 사용자협의회 와해로 인해 오는 7일 열릴 예정이던 교섭은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금융공기업들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도 금융노조가 교섭권을 지부에 위임하지 않는 한 개별협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그런데도 금융위가 개입해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압박한 것은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