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 ‘퀵’ 등에서 남자 못지않게 몸을 쓰는 역할을 맡았던 배우 강예원(36)이 4월 7일 개봉되는 실화 스릴러 ‘날, 보러 와요’(감독 이철하)에서 더 센 캐릭터를 연기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동에 끌려가 감금생활을 하는 강수아로 변신한 그는 극중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두려움에 떠는 처연한 이미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고생도 많았지만 즐거운 일도 많았다”며 “정신병동 환자 복장을 하고 촬영장 근처 화장실에 가면 거지인 줄 알더라”고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강한 배역에 도전한 이유는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란다. “스릴과 긴장감이 살아있어 단숨에 읽었어요. 지금까지의 배역과는 완전히 달라 한번 해볼만했죠.”
병원장에게 숱하게 성폭행과 구타를 당하고 독방에 갇혀 지내는 장면에서 힘들었을 것 같다. “진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 선배에게 여쭤봤어요. 방송이 안돼서 그렇지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거예요. 강수아처럼 의붓아버지에 의해 정신병동에 갇히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보호자 동의와 의사 진단만 있으면 가능하다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죠.”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점점 미쳐가는 강수아를 연기하기 위해 그는 밥도 못 먹고 통화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몰골이 초췌한데 어떻게 맛집에서 음식을 먹겠어요. 맛있는 거 먹고 얼굴이 반지르르 하면 안 되잖아요. 독방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지인이랑 통화하며 수다 떠는 것도 연기집중이 안돼 지난해 여름 3개월 촬영 동안 일체 끊고 살았어요.”
반전이 있는 스릴러여서 관객을 철저하게 속여야 하기 때문에 감정조절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사회 때 완성작을 보니까 제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스릴 넘쳐 기분이 좋았다”고. 영화 제목이 ‘살인의 추억’ 원작인 ‘날 보러 와요’와 같다는 지적에 그는 “완전히 다른 얘기인데 죄 없는 피해자가 ‘나를 좀 봐 달라’는 외침”이라고 설명했다.
수위 조절을 잘해서 어떻게 하면 잘 끌고 가느냐가 관건이었다고 했다.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았다고. 첫 장면 촬영이 광기어린 장면이어서 이후에는 계속 이런 톤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다고 그는 밝혔다. 화재가 나서 옮겨지는 장면도 자신은 묶여있고 그냥 눈감고 있었다고 한다. 숲이 우거진 곳 처음엔 평온하고 좋았는데 나중에는 무서웠단다.
그는 “나는 다큐를 좋아한다. 다큐라면 별의별거 다 본다. 사실 스릴러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20~30대의 만족스런 스릴러 영화 느낌이 잘 나왔다. 배우로서 부끄러울 때가 있다. 부끄럽지 않은 점에 있어서 감사하다. 화재 장면은 환기통도 없이 여름철에 진행돼 다들 마스크 쓰고 엄청 힘들어했는데 나는 끄덕 없었다”고 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장르에 규정짓고 않고 부끄럽지 않은 연기하고 싶다. 책임감과 동시에 두려움이 생기고 속마음은 떨고 있다. 모자란 사람이고 더 나은 나를 위해서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이 더 잘 나오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처절한 밑바닥 삶을 연기해보고 싶다. 소시민의 삶 속에도 희망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 90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영화 ‘날, 보러 와요’ 강예원 “주인공에 동화되기 위해 맛집도 안가고 통화도 안했어요”
입력 2016-03-31 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