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3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담담하게 소수의견을 밝히던 조용호 재판관의 말에 방청석 한켠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가 말한 ‘동냥’은 지체장애인, 독거노인, 이주노동자 등 성적(性的) 소수자의 성관계를 의미한다. ‘쪽박’은 헌재 재판관 6명의 다수 의견을 겨냥한 것이었다.
헌재는 이날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한 성매매 특별법 21조 1항이 합헌(合憲)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재판관은 왜 성매매를 한 사람을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것일까. 그는 성매매가 ‘인간의 본성’으로 인한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조 재판관은 “성매매는 시대, 국가를 불문하고 제재·처벌 대상이었지만 그럼에도 성매매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며 “오히려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성매매를 사회적으로 용인하거나 국가가 이를 장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존속하리라고 예상되는 건 우리 인류가 도덕적 소양, 윤리적 성찰이 부족하거나 성매매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다”며 ”성매매는 성에 대한 인간의 본성에서 연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류라는 종(種)이 멸종하지 않은 건 ‘강한 성적 욕구’로 인한 것이고 성매매는 그 과정의 자연스러운 ‘산물’이라는 것이다.
조 재판관은 ‘건전한 성풍속·도덕’이 모호한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의 개념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를 명분으로 사회 구성원의 내밀한 성생활을 국가가 처벌한다면 결국 특정 도덕관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의 확립이란 고상한 사회적 가치는 생계에 지장이 없는 일반인에게는 타당할 수 있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내몰리는 사람들,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인 여성들에게는 공허한 환상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조 재판관은 “영자(영자의 전성시대), 판틴(레미제라블), 소냐(죄와 벌)의 처벌을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성매매 근절’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들을 형사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왜 성매매를 처벌하는가" 단 1명의 '전부 반대' 이유는?
입력 2016-03-31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