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문자 보냈다가 신상등록 대상?

입력 2016-03-31 18:55
전화, 우편, 컴퓨터 등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이나 영상을 보내 유죄가 확정됐더라도, 이들 모두의 신상정보를 등록하게끔 하는 법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죄질이 무겁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범위로 대상자를 축소하거나, 신상정보 등록 여부에 대해 법관 판단을 받게 하는 절차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재판관 6(위헌)대 3(합헌) 의견으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 중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31일 선고했다. 이 조항은 통신매체음란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은 법관의 판단 등 별도의 절차 없이 누구나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죄질이 무겁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범죄로 대상을 축소하는 등 다른 수단을 채택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박한철 헌재소장 등 다수의견 재판관들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들이 범행 동기와 상대방, 횟수, 방법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데 주목했다. 반사회적 장애나 성벽(性癖) 발현에 따라 심각한 성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행위들도 있지만, 때로는 단순한 성적 호기심이나 음주 상태에서 일회성으로 하는 행위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렇게 위험성이 크지 않은 행위까지 신상정보 등록대상으로 삼는 것은 성범죄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모바일 환경이 보편화된 오늘날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죄질 자체가 결코 경미하지 않다는 의견을 폈다. 이정미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비록 물리적인 접촉은 없더라도 현실공간에서의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자아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통신매체 이용음란죄의 발생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법정형 강화만으로는 억제에 한계가 있어 사전예방이 더 중요하다”며 “자기 정보자기결정권 제한은 입법 목적을 위한 필요범위 내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