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헝가리 소설가 임레 케르테스 별세

입력 2016-04-01 00:54

【부다페스트=AP/뉴시스】이수지 기자 = 지난 2002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운명’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소설가 임레 케르테스가 31일(현지시간) 86세로 별세했다.

헝가리 출판사 마그베토 키아도는 케르테스가 이날 오후 4시쯤 오랜 지병으로 부다페스트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또 고인이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1991년부터 2001년까지 쓴 자신의 일기 중 골라서 정리한 작품 ‘더 뷰어’의 출판 준비를 도왔었다고 밝혔다.

192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케르테스는 1944년 만 14세의 어린 나이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수감됐다가 이후 부헨발트 수용소로 이감된 후 1945년 석방됐다.

그는 아우슈비츠에서 수감 생활을 겪으면 모든 것이 무너졌다면서도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놀라운 고백을 털어놓기도 했다.

케르테스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지난 2002년 시사 주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내에서 아파 누워 있거나 형언할 수 없는 노동에서 10분 간 휴식이 어떤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처럼 거의 죽을 것 같은 경험에서도 또 다른 행복이 있었고, 그 상황에서 살아 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석방된 후 고향 부다페스트로 돌아와 기자와 번역가로 근근이 살아왔다. 2차 세계대전 후 당시 헝가리를 집권한 공산당의 불신 속에서 그는 다뉴브강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아파트에서 프리드리히 니체, 지그문트 프로이트, 엘리아스 카네티의 책을 헝가리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와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소설에 영향을 받은 그는 전체주의 사회 속 개인의 운명에 매료됐다.

그의 소설 ‘운명’은 완성된 지 10년만인 1975년 우여곡절 끝에 출판됐고 2002년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은 나치가 헝가리 내 유대인 50만 명을 학살한 사건이 벌어진 헝가리에서 공산당과 대중 모두에게서 인정을 받지 못했었다.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헝가리의 전체주의적 공산주의 체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그는 한 헝가리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작품 '운명'은 야노스 카다르 정권에 대해 쓴 것"이라며 "1970년대에 헝가리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이 작품의 작가가 현 상황을 경멸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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