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성범죄 의사 10년간 의료기관 취업제한 '위헌'”

입력 2016-03-31 17:48 수정 2016-03-31 18:23
성범죄로 실형이 확정된 의료인에게 10년간 의료기관 취업을 제한하는 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재범 위험성을 일률적으로 재단해 지나치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이라는 취지다.

헌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제12호의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조항은 아동·청소년 또는 성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의료인이 집행 종료일부터 10년간 의료기관 운영·취업을 못 하게끔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헌재는 성범죄 전력만으로 그가 장래에 재범할 것을 단정, 10년간 의료기관 취업을 금지하는 건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재범 위험성이 없거나 10년 안에 재범 위험성이 해소될 수 있는 자들이라면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받는 격이라는 판단이었다. 헌재는 “죄질이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적은 사람에게는 부당한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취업 제한 위헌 결정은 성인 대상 성범죄에 한정된 것”이라며 “재판부의 의견은 취업제한 제재 자체가 위헌이라는 취지로 해석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판관들은 성범죄 형사사건의 담당 판사가 피고인마다의 재범 위험성을 심사하는 등의 절차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결정을 두고 헌재는 “청소년 성보호법의 취업제한제도에 대한 최초 판례”라며 “여러 사건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