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니하이 씨어터, 시골 학교 연극 워크숍에서 세계적 극단으로

입력 2016-03-31 17:10
영국 니하이 씨어터의 '데드 독'. LG아트센터 제공

영국 니하이 씨어터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국제적으로 초청받는 인기 극단이 됐지만 그 시작은 시골 학교의 연극 워크숍에 불과했다. 1980년 런던에서 연극에 대한 꿈을 접고 고향인 영국 남서부 콘월로 돌아온 마이크 쉐퍼드는 교사로 일하는 한편 마을의 학생들과 주민들을 모아 연극을 시작했다.

‘무릎 높이(knee-high)’를 의미하는 이름처럼 극단은 변변한 공연장이 없어도 개의치 않고 마을회관이나 호숫가, 채석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연했다. 이들의 작품들은 고전적인 스토리텔링에 충실하면서도 라이브 음악이나 인형극과 같은 여러 요소들을 다양하게 활용함으로써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거칠지만 독특한 매력과 생생한 에너지로 주목받아온 니하이 씨어터는 2007년 데이비드 린 감독의 로맨스 영화 ‘밀회’를 무대에 올려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 작품이 미국에서 토니상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니하이 씨어터는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됐다. 이후 2010년엔 본거지인 콘월의 해안가 천막형 공연장인 ‘어사일럼’을 개관하는가 하면 영국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 내셔널 씨어터(NT) 등 유서깊은 극단으로부터 공동작업 러브콜을 받는 극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창립자인 쉐퍼드와 함께 니하이 씨어터를 이끌던 연출가 엠마 라이스는 올해 영국 런던 셰익스피어 글로브 예술감독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니하이 씨어터가 4월 21~24일 뮤지컬 ‘데드 독’을 가지고 첫 내한공연을 펼친다. 지난 2014년 초연된 이 작품은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의 원작이기도 한 영국 극작가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를 바탕으로 했다. 원작은 18세기 영국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함께 런던 하층민의 삶을 익살스럽게 묘사했지만 니하이 씨어터의 ‘데드 독’은 이야기의 구조만을 남겨둔채 21세기 버전으로 다시 만들었다. 2014년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이 뽑은 10대 공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니하이 씨어터의 창립자이자 예술감독인 쉐퍼드가 직접 연출을 맡았고, 영국 RSC와 NT 등에서 작업하며 필력을 떨치고 있는 작가 칼 그로즈가 대본을 각색했다. 또한 영국에서 각광받는 차세대 지휘자 겸 작곡가인 찰스 헤이즐우드가 인상적인 넘버들을 남겼다. 그리고 안무는 ‘백조의 호수’의 안무가 매튜 본의 무용단 뉴어드벤처스의 멤버이자 부예술감독이기도 한 에타 머핏이 맡았다. 웨스트엔드 뮤지컬을 능가할 만큼 버라이어티한 음악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한 무대, 생동감 넘치는 배우들의 춤과 노래가 관객들을 자극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