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황보현 기자 = 헌법재판소(헌재)가 31일 성매매를 한 사람을 처벌하는 현행 성매매 특별법에 대해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논란이 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성을 사고 판 사람을 모두 처벌하도록 했다.
이날 헌재는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성 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정당하다"면서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업소와 성 판매 여성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점을 보면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성매매특별법은 2002년 1월 전북 군산의 성매매 업소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당시 폐쇄된 공간에 감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받던 20대 여성 14명이 숨졌다. 성매매 근절운동이 번지면서2004년 9월 마침내 관련법이 시행됐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7건의 헌법소원(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이 제기됐지만 모두 각하 혹은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 가운데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건물주를 처벌하는 조항은 2번의 합헌 결정이 내려졌고, 종업원이 성매매 알선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고용주까지 처벌하도록 한 양벌규정에 대해서는 2번의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 외 1건은 취하됐으며 2건이 심리 중이었다가 이날 성매매를 한 행위자를 처벌하는 조항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게 됐다.
2004년 스포츠마사지업소를 운영하던 김모씨는 성매매 단속 때문에 가게가 도산할 위기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듬해에는 속칭 '미아리 텍사스' 업주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재산권 침해를 주장했다. 2011년에도 같은 논리로 건물 임대업자 박모씨의 헌법소원이 있었다.
헌재는 2012년 박씨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자발적 성매매'도 금지해야 마땅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앞선 헌법소원 사건과 달리 사건의 당사자가 생계형 성 판매 여성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에 성을 산 남성측이나 성매매 업주가 헌법소원을 낸 적은 있었지만 성매매 여성이 직접 헌법소원을 낸 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으로 단속된 여성들(매매여성, 업주, 알선업자 등 포함)은 2013년 7095명, 2014년 1만813명, 2015년 8576명으로 조사됐다.
2013년 성매매를 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김모(44·여)씨는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매매는 피해자가 없다"면서 "성매매를 엄격히 단속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가 향상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성을 사는 사람만 처벌하고 성판매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비범죄화'로 보고 성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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