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A씨는 2011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서울의 한 연구소에서 일하며 군 복무를 대체했다. 하지만 그는 이 기간 중 무단으로 다른 업체에 출근해 게임 개발 업무를 했다. 2013년 8월 병무청이 정기 조사를 나온 날에는 미리 동료의 ‘귀띔’을 받고 연구소로 출근했다. 병무청 직원도 업체 직원을 면담하거나 진술서를 받지도 않은 채 A씨의 출·퇴근 기록부만 확인한 채 조사를 끝냈다.
A씨의 부실근무가 탄로 난 건 복무가 만료된 지 8개월이 지난 2014년 10월이었다. 병무청은 “A씨가 지정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에서 복무했다”는 제보를 받고서야 그의 복무실태를 다시 조사했다. 병무청은 그가 복무기간 3년 중 8개월을 다른 업체에서 근무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2월 전문연구요원 편입을 취소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육군으로 현역 입대했다.
이처럼 민간업체에서 군 복무를 대신하는 사람들에 대한 병무청의 관리·감독은 여전히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병무청 본청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관운영감사를 31일 공개했다.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은 2012년 2월과 2013년 3월 산업기능요원 B씨가 일하는 업체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2012년 조사 때 B씨는 전날 야간근무를 했다는 이유로 자리에 없었으며 2013년에도 병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았지만 병무청은 그대로 조사를 종결했다.
이듬해인 2014년 2월 병무청은 “B씨가 장기간 출근하지 않았다”는 제보를 접수했다. 병무청이 업체 직원들을 면담해보니 “(회사에서) B씨를 본 적이 없다”는 진술이 나왔다. 그제야 병무청은 B씨가 무려 1년8개월이나 결근한 사실을 확인했다.
노약자·장애인과 함께 일하기 싫은 사회복무요원들이 편한 근무지로 옮기려 위장전입을 하는 ‘꼼수’를 써온 사실도 함께 적발됐다. 복무자가 멀리 이사를 가면 복무기관을 바꿔주는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서울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던 C씨는 2014년 12월 경기도 의정부의 고시원으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병무청은 그를 의정부의 한 행정기관으로 옮겨줬으나 C씨는 출근 첫날 인근 동사무소를 찾아가 주민등록을 다시 서울로 바꿨다. 결국 C씨는 자신이 살던 집 근처의 구청에서 행정업무를 하게 됐다.
감사원이 3개월 내에 두 차례 이상 근무지를 바꾼 사회복무요원 103명을 조사해본 결과 82명이 첫 주소지와 같은 지역으로 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사회복무요원이 복무기관 재지정 제도를 악용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병무청장에 통보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병무청, 사회복무요원·산업기능요원 ‘꼼수’에 속수무책…
입력 2016-03-31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