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국 인터뷰] "'장영실'대사 외우느라 뇌 녹는 줄...만세 배우 가능성 있다"

입력 2016-03-31 16:28 수정 2016-03-31 16:47
‘삼둥이 아빠’ 송일국이 오랜만에 사극에 출연하면서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과시했다. KBS 드라마 ‘장영실’에서 배우 송일국으로 돌아온 그는 첫 회부터 섬세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비록 시청률 10% 안팎으로 썩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 했지만 오랫동안 ‘삼둥이 아빠’였던 그의 배우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작품이었다.

사극 치고는 짧은 24부작 드라마를 마치고 ‘백수’가 됐다는 배우 송일국을 3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송일국은 “이렇게 짧은 사극은 처음인데 체력적으로는 훨씬 편했고, 대사가 어려워 정신적으로는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과학 사극’을 표방한 장영실은 컴퓨터 그래픽(CG)이 필요한 장면이 많아 사전 제작도 적잖이 이뤄졌다.

“대사 외우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용어도 어렵고, 한 장면에 대사가 엄청 길게 몰려 있기도 했고요. 뇌가 흘러내리는 줄 알았습니다. (웃음) 외국어 하듯 외워야 했어요.”

그 동안 사극에서 주로 왕이나 장군으로 출연했던 송일국은 처음으로 노비 역을 하게 됐다. 송일국은 “왕이나 장군은 톤 자체에 힘이 좀 들어 간다”며 “이번엔 노비에서 시작하다보니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계속 굽실대야 하는 건 짜증이 나더라”고 말했다.

장영실은 천민으로 태어나 천재성 덕분에 신분 상승을 이루는 인물이다. 송일국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분”이라고 해석했다. “저도 이 드라마를 하기 전에는 그렇게 대단한 분인 줄 몰랐어요. 그런데 하다보니 너무 시대를 앞서간 천재가 아니었나 안타깝더라고요. 5세기만 늦게 태어났어도, 과학 한국을 빛내셨을 텐데요.”

드라마에 삼둥이가 카메오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송일국은 “백성이 봉기를 일으키는 장면에 등장했는데, 아이들이 한동안 옛날 사람들이 무섭다고 했다”고 전했다. 송일국이 곤장을 맞는 장면을 보고는 평소 짓궂게 놀아줬던 탓인지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고도 했다.

삼둥이의 카메오 출연 이후 삼둥이의 배우 가능성을 말하는 시청자들이 나올 정도였다. 송일국은 “셋 다 배우를 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저희 아이들도 저처럼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요. 배우든 뭐든. 지금까지는 만세가 배우로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감성이 가장 풍부하고, 사람을 들었다 놨다하는 면이 있어요. 한 배에서 같은 날 태어났는데도 아이 셋이 다 달라요.”

‘장영실’ 종영으로 백수가 된 송일국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어머니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 선거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을 거라면, 어머니께 효도하고 욕먹겠다”고 말했다. 송일국은 “선거 유세에 나서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고는 못 한다”면서도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만큼 어머니께도 잘 하려고 한다”고 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