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종북 논란…김종인의 힘인가 빈약한 정치 수사(修辭)인가

입력 2016-03-31 10:57 수정 2016-03-31 11:03
지난 11일 경기 파주 금촌역 광장에서 파주시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종북 세력 척결'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의 힘’일까, 빈약한 ‘정치 수사(修辭)’의 실체일까.

올해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종북(從北) 논란’이 언론 지상에서 사라졌다. 북한이 연일 군사 도발을 감행하는 데다 매 선거 직전 ‘북풍’ 공세가 몰아쳤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영입된 효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가 더민주에 영입된 건 지난 1월14일이다. 31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사검색 사이트 ‘카인즈’에서 2016년 1월14일~3월31일과 2012년 같은 기간 ‘새누리당’과 ‘종북’ 단어가 포함된 60개 언론사의 기사를 검색, 비교했다. 정치권에서 제기한 종북 논란을 선별하기 위해 두 단어를 함께 찾았다.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은 건 4년 새 많은 언론사의 부침이 있어 정확한 비교가 힘들어서다. 카인즈 검색의 경우 포털 사이트보다 언론사 수는 적지만 회원사 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2012년 해당보도는 뉴스보도 136건, 사설 14건 등 모두 150건이었다. 올해엔 같은 기간 절반도 안 되는 65건(43.3%)에 불과했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많던 종북 세력’들이 4년새 모두 사라져버린 것일까. 장훈 중앙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단 김 대표가 영입된 직후 ‘북한 궤멸’ 발언 등으로 그런 논란을 불식시킨 면이 있다”며 “또 경제통인 김 대표가 경제민주화 등 경제 문제에 집중하면서 북한 등 다른 이슈가 잠복됐다”고 분석했다.

잇단 종북 공격에 지지자들까지 피로감을 호소했던 야권으로선 일단 김 대표에게 빚을 진 셈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야권 내 종북 세력에 대한 가지치기가 이뤄진 덕을 보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 대표의 영입만으로 종북 세력이 한번에 ‘환골탈태’(換骨奪胎)할 리 없을 텐데도 논란이 잦아든 것 자체가 우리 정치 현실의 한계란 지적도 있다. 여야가 정책 선거 대신 심판론, 프레임 선거 등에 매몰되면서 그동안 종북 논란 역시 필요 이상으로 확대 재생산 했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종북 논란이 선거 이슈에서 사라지면서 모처럼 유권자는 경제 문제를 비롯한 정책 선거를 지켜볼 기회를 맞게 됐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야당이 여당 하는 것처럼 민생 법안 처리도 빨리 하고 폭력 종북 세력과 결별하면 여당이 설 자리가 없어져 당황스럽겠지만, 한 번만 그렇게 해보라”고 말했었다. 정말 종북 논란이 사라진 지금, 당황스럽더라도 진짜 ‘정책 선거’를 벌일 차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