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감금 일본 여중생 "넌 버려졌다"고 세뇌당해

입력 2016-03-30 18:25
일본 방송에 소개된 여중생이 감금됐던 방의 모습.

여중생이 감금됐던 방은 곳은 3층 건물의 3층에 위치해 있었다. 일본 인터넷 캡처

일본에서 2년 전 행방불명돼 그동안 명문대 출신 23세의 남성에 의해 감금됐다 지난 27일 탈출한 15세 여학생이 “아무도 너를 찾지 않고 있다”는 남학생의 꾐에 빠져 장기간 감금돼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경찰은 데라우치(23)라는 남성이 2014년 3월 사이타마에서 차로 중1 여학생을 납치한 뒤 도쿄도 나카노구의 자신의 집에 감금해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데라우치는 지난 27일 휴대전화를 사러가면서 평소와 달리 바깥에서 방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았고, 여학생이 이때 집을 탈출해 경찰에 유괴 사실을 신고했다.
일본 NHK방송은 30일(현지시간)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여학생이 “남자가 ‘넌 버려졌다’고 말해 사람들이 아무도 나를 찾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여학생은 또 “처음에는 그런 일(자신을 찾지 않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경찰은 이에 대해 여중생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남자가 세뇌를 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던 여학생은 그러나 탈출 2일 전에 그게 사실이 아님을 깨달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학생은 탈출 2일 전 인터넷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다 재학 중이던 중학교에서 졸업식이 있었다는 소식을 접했고, 가족도 자신을 계속 찾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NHK는 이 소식을 계기로 여학생이 탈출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여학생이 감금된 남성의 집은 나카노구 히가시나카노역에서 300m에 있는 주택가에 위치한 지은 지 30년 이상 된 단신자 전용 3층 건물에 있다. 소리를 지르거나 소동을 벌이면 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남학생의 이런 세뇌로 인해 아예 탈출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