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없는 형이 팔없는 동생 업고 심은 나무 1만그루

입력 2016-03-30 17:24 수정 2016-03-30 17:36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옛 우공(愚公)은 산을 옮겼지만 오늘의 우공은 나무를 심습니다. 두 눈이 없는 형 자하이샤(賈海霞·55)와 양 팔이 없는 동생 자원치(賈文其·54)를 중국 사람들은 ‘장애인 우공형제’라고 부릅니다.허베이성 징싱현 예리촌. 봄은 왔지만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지난 24일 형제는 작은 하천인 몐허를 건넙니다. 언제나처럼 형은 동생의 팔다리가 되고 동생은 형의 눈이 됩니다. 지난 14년 동안 하천 옆 50무(약 3.4㎢)가 넘는 모래흙에 1만 그루를 심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심은 나무 가운데 죽은 것은 골라 뽑아내고 새로운 묘목을 다시 심으면서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식수절(植樹節·3월12일)에는 사람들을 도와 과일 나무 10여 그루도 심었습니다. 형제는 “우리 둘이 나무를 심으면 즐겁고, 다른 사람이 나무를 심는 것을 보면 더 즐겁고, 다른 사람 나무 심는 것을 도와주면 특히 더 즐겁다”고 말합니다.

형제는 처음 살기 위해 나무를 심었습니다. 형 하이샤는 태어나면서부터 백내장으로 왼쪽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 공장에서 일하다 돌파편이 튀면서 오른쪽 눈까지 잃자 자포자기했습니다. 당시 아들은 네 살이었고, 아내는 병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고가 난 그날은 동생과 이어준 바로 그날이 됐습니다.
동생 원치는 세살 때 도로 위에 전선을 잘 못 만져 감전되면서 양 팔을 잃었습니다. 너무 어려서 팔을 잃었기 때문에 없는 팔이 더 자연스러웠습니다. 지금도 어깨와 목을 사용해 쟁기질도 하고 집에서는 발로 글도 씁니다. 어려서 원치를 돌봐주던 마을 관리들은 부모에게 학교에 보내라고 하기도 하고 졸업한 뒤에는 마을 임업팀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그 때 배웠던 기술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은 몰랐습니다.

2002년 허베이성 탕산의 장애인 예술단 일원이었던 동생은 병든 부친을 돌보기 위해 고향으로 옵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나무 심기에 나섭니다. 팔이 없는 동생은 어차피 혼자 나무를 심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형과 ‘한 팀’이 됩니다. 나무 가치 치기할 때도 동생은 형의 등을 타고 올라가 남들보다 더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일이 좋았지만 신체적 형편상 계속 고용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첫해에 800그루를 심었지만 단 2그루만 살아남기도 했답니다.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벌써 14년이 돼 하천가는 어느새 푸른 나무로 뒤덮였습니다.
2년 전 형제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은 나름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그 사이 변화도 많았습니다. 촌 정부의 도움으로 동굴 같았던 집은 40㎡의 아담한 단층집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직 수돗물은 안나오지만 그래도 불편하지 않다고 행복해합니다. 10년 넘게 실명 상태였던 형은 지난해 3월 무료로 치료를 해준 병원 덕분에 이제 형체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됐습니다. 특히 두 사람은 무엇보다 “주위의 빈정거림이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의 이해와 긍정을 얻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합니다. 처음에 비웃었던 동네 사람들도 이제 연장도 고쳐주고, 나무에 물도 주고, 잡풀도 베어주고, 묘목까지 사다주기도 한답니다.

형제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예리촌 서쪽 야산에 지금까지 심어 온 면적의 2배인 황무지 100무를 맡았습니다. 산은 어려서부터 뛰어놀던 익숙한 곳입니다. 하지만 하천가에 나무를 심던 것보다 몇 배는 어렵습니다. 동생은 “하루에 10그루밖에 못 심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물가와 달리 산에는 가뭄을 잘 견디는 소나무나 측백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묘목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문제는 물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방법을 찾고 있지만 속만 태우고 있습니다. 고심 끝에 찾아낸 방법은 300븖 깊이의 우물을 파든지 아니면 저수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어느 방법이든 결국 돈입니다. 그래도 형제는 오늘도 황무지 산이 언젠가 푸른 숲으로 변하는 제2의 ‘녹색꿈’을 꾸며 산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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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