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대표직 사퇴 선언 왜

입력 2016-03-30 16:53

“승패와 관계없이 총선이 끝나면 사퇴 하겠다”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깜짝’ 선언은 사실상 대권행보 본격화라는 의미와 함께 총선 과반 의석을 얻기 위한 배수진 성격이 짙다. 김 대표 임기는 오는 7월까지이지만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가려면 당헌·당규에 따라 어차피 6월 중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 후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의 공세를 미리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김 대표는 토론 내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은 삼갔다. 박근혜 대통령 관련 질문은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피해갔고, 공천 내분에 대해선 “끝난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건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입을 닫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옥새 투쟁’이 없었다면 과반 득표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권행보’ 질문에 크게 웃은 金 “반기문 온다면 환영”=김 대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국 선거가 끝나면 뒷마무리할 일들이 많이 있는데 그건 내 손으로 정리하고 그만두는 것이 주어진 도리”라고 했다. “총선 후부터는 대권 행보를 하는 걸로 이해하면 되느냐”는 질문엔 크게 웃었다. 이어 질문자에게 “저하고 오랫동안 아는 사이인데 제가 제 입으로 대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느냐. 선거 끝날 때까지 일체 그런 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아직까지 대권에 대해 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대권 운운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공천 갈등으로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는 지적에는 “아직 건너지 않았다”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하지만 발언 곳곳에선 대권 의지가 보였다. 김 대표는 “여야 막론하고 대통령감이 잘 안 보인다”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서 그런(대권) 생각이 있다면 정체성에 맞는 정당을 골라 당당하게 선언하고 활동하길 바란다”고 먼저 반 총장 얘기를 꺼냈다. 김 대표는 “그게 새누리당이라면 환영하지만 민주적 절차에 의해 도전해야 된다”고도 했다. 또 대선 어젠다로는 사회통합을 꼽으면서 “권력구조를 바꿔야 된다. 이대로 가다간 미래가 어렵다”고 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선 “성의껏 답변하면 시끄러워진다”며 여전히 함구했다.

김 대표는 지역구 3곳에 후보를 내지 않은 무공천 결정에 대해선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아주 불행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제가 내린 결정이 없었다면 과반 득표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무공천 결정으로 총선 출마가 원천봉쇄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과 유재길 은평미래연대 대표에게는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박대통령 ‘존영’ 논란엔 “코미디”=김 대표는 김종인 대표에 대해선 “더민주를 살린 의사라기보다는 분장사”라고 혹평했다. “운동권 버릇을 고치기 위해 과감한 수술을 택하지 않고 쉬운 화장을 택했다”는 것이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는 “새정치를 하겠다는 건 좋은 생각이지만 이상을 너무 높게 잡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야권 연대 움직임에 대해선 “아주 못난짓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최근 당내서 논란이 됐던 박 대통령 ‘존영’ 반납 논란과 관련해선 “그동안 머리 아픈 일이 많이 있었는데 좋은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막말·욕설 파문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 복당 문제는 “다른 탈당 의원들과 일괄적으로 거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권지혜 기자 jhk@kmib.co.kr